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처갓집 맞나?

心田農夫 2009. 8. 3. 17:06

 

올 여름 휴가는 제주도 처갓집으로 가자고

작년에 예비 계획을 동서와 둘이 세웠었다.

 

자신의 9인승 자동차를 직접 몰고 배로 제주도에 가

형님가족모시고 이곳저곳 구경시켜주겠노라 해놓고는

막상 올해 휴가철이 되니 포항으로 오겠다고 동서가 배신? 을 했다.

 

동서 탓이기는 해도 어쩔 수 없었음은 인정하고

제주도를 가기위해 세웠던 계획이 수포가 된 것에 대하여

나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 해 주기로 했다.

 

큰아이와 9년 차이의 늦둥이를 둔

처제가 젊어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만 두었던 직장생활을 다시 하려니,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장모님이 제주도에서 올라와 안양 처제내 집에 함께 계시시기에

제주도를 포기 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지난 28일 밤에 도착하여 계곡에서 이틀을 보내고

월요일인 오늘 아침에 서울로 향하는

동서가족과 장모님께 인사를 하고 출근을 했다.

 

처갓집 8명의 처조카들 중에서 제일 어린

1학년 막둥이 조카의 기발한 말과 재롱에 얼마나 웃었는지,

피곤해 하는 이모부의 그 피곤을 아는지

보약보다도 몸에 좋다는 웃음을 안겨 주어 모처럼 실컷 웃어보았다.

 

1학년 꼬마가 얼마나 아는 것이 많은지,

그리고 말마다 위트가 넘쳐서 도저히 웃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모처럼 왔기에 어제 일찍 일어나 이곳의 제일 큰 시장인

죽도시장, 어시장에 나가서 활어를 직접 골라 사서

회와 함께 아침을 먹는데,

사온 회 중에서 ‘전어’는 고기도 작고

뼈도 그리 억세지 않아서 전어는 보통 뼈채로 썰어 먹는다.

 

밥을 조금 먹고는 그만 먹겠다는 조카에게,

물속에서 놀라면 밥을 더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먹기 싫은데 자꾸 먹으라는 엄마에게 조카 녀석이,

 

집사람이 장모님에게 전어 회는 뼈채이니

꼭꼭 씹어서 잡수셔야 가시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영득한 조카 아이가 밥이 먹기 싫어서

목에 가시가 걸려서 먹을 수가 없다면서

빨리 119에 전화를 하라고 한다.

 

어린 조카가 먹다가 전어 가시가 목에 걸려는가 하고

내가 전어 회는 주지 말라고 했는데 왜 주었냐고 하니까,

전어 회는 안 주었고 다른 회만 주었다는 것과 멸치볶음,

그것도 작은 멸치인데 멸치볶음을 먹고 가시가

목에 걸렸다고 하는 것이라고 “형부 걱정 마세요.” 한다.

 

그런데 1학년의 꼬맹인 조카는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엄마인 처제가 목에 안 결렸다고 하니까 걸렸다고 하며

빨리 119에 전화하라고 하면서 목을 잡고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래 엄마가 오늘은 일요일이라 119도 쉰다고 하니,

1336?이라나 1366?이라나

나는 듣고도 잊어버렸는데,

그 전화번호도 긴급전화번호란다.

그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그 번호를 대면서 그곳에 전화하면 된다고 하면서

빨리 전화 안하면 목에 가시가 깊게 파고들어가

앞으로 아무 것도 먹을 수 없게 된다고 하여

아침을 먹으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아침을 먹고 계곡에서는 점심을 백숙을 해서 먹었는데,

야외에서 부족한 도구로 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걸려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며 동서가 밥 안 주냐고 하는

남편에게

“처갓집에 왔다고, 닭 잡아 백숙을 하는 중이니

잠시 기다렸다가 마음껏 먹어요.” 한다.

친정인 제주도에는

오빠가 세분이나 있고 장모님도 계시는데,

처제는 항상 우리 집을 처가집이라고 한다.

 

결혼을 하여 시부모님과는 따로 살았는데

시어머니가 편찮으시게 되어 함께 살면서

병간호를 해야 하게 되었을 때

 

남편이 어머니를 모시기 전에

며칠 친정에 가서 쉬고 오라고 하였을 때도,

어머니가 계신 제주도 친정에 간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와 한 일주일인가를 묵었단 간 적이 있다.

 

그 때부터 줄 곳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모신지 일 년쯤 후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올 3월에 시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7남매 중에서 4째인 집사람과 막내인 처제는 형제들

가운데서도 서로 전화로 연락도 자주 하고 가까이 지내는데

큰언니도 있는데, 작은 언니인 집사람이 처제는 편한 모양이다.

친정어머니 앞에서 친정에 왔으니 마음껏 먹고 쉬어 가면

된다고 말하는 처제, 그리고 자신의 집안 문중의 장손인 동서.

 

동생이 없는 나는 그 두 사람이

동서, 처제라는 인척 관계보다

동생들 같아 사랑스러워 언제나 살갑게 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