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묻고 싶다. 쇼펜하우어여! - 2

心田農夫 2009. 8. 6. 16:32

 

인간의 이기심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사람들은 예의나 겸손을 통해

자신의 이기심을 감추려고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가면의 껍질을 뚫고 나와서

남들과 어울릴 때마다 작동을 시작한다.

 

사람은 남을 만나면 그가 우선 먼저

나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을까를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내게 도움이 될까?

내가 이 사람을 좀 써먹어 볼 기회가 있을까?

선한 사람이 되겠다고 애써 노력하지 않는 한

누구나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사랑은 없다」중에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쇼펜하우어의 「사랑은 없다」다.

지금 한 절반 쯤 읽고 있는데,

 

위의 글은

제5장 인간은 본래 이기적 존재다.

나오는 내용이다.

 

인간이라면 살아가면서 생존을 위하여

이익을 취하는 동물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득을 위한 만남도 없지 않겠지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반듯이 이득을 위해서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나는 이글을 읽으면서

지금 한 분과의 만남을 앞둔 시점이기에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 분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 분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기에

당연히 이번에 만나게 된다면 첫 번의 만남이다.

그리고 그 분과 업무적인 만남도 아니다.

 

그저 만나 뵙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이고

그 분 역시 나의 마음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그 분과의 만남

그 만남이 나에게 어떠한 이득이 있고

그 분을 통하여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만남을 앞둔 이 시점에서 어떠한 이득도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선뜻 생각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구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이기심을

놓고 생각을 해 본다면,

만남에서 오는 반가움

그리고 만나서 하는 대화를 통한 즐거움을

이기심이라면 그 또한 이기심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모든 만남을 그가 말하는 것처럼

“사람은 남을 만나면 그가 우선 먼저

나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을까를 저울질하기 시작한다.”라는

말에는 동감할 수가 없다.

 

그대가 살았던 시절에,

그대의 눈에는 이기심만이 비쳐졌는가 보다.

그러나 이기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타심을 가진 이들도 있다는 것을

그대는 정녕 몰랐단 말인가?

그래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 철학자라 하는 가 보다.

이런 내가 그의 말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사람은 내게 도움이 될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을까를 저울질하기 시작한다.”라는

그대여,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쇼펜하우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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