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속고 속으면서도
밉지 않은 거짓말이 있다지,
처녀아이가 시집 안 간다고 하는 것
장사하는 사람이 밑지고 판다는 것
나이든 어르신이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는 말씀 등은
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처녀가 시집 안 간다고 하는 것은
빨리 시집가고 싶다고 하는 말이고
장사하는 사람이 밑지고 판다는 것은
밑지지는 않지만 남는 것 역시 없다는 말이고
어르신이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는 말씀은
건강하게 오래 오래살고 싶다는 말씀인 것이다.
어느 100세 생신을 맞이하신 목사님에게
제자 목사님이 여쭈어 보았단다.
“목사님 어떻게 살면 목사님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 수가 있습니까?”
“자네 오래 살고 싶은 가보네”
“아니, 그냥 여쭈어 봅니다.”
묻고나 쑥스러워 하는 제자에게
“괜찮으이. 사람이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겠나.”
“그런데 그 비결이라는 것이 쉽고도 어렵다네,”
그러며 하시는 말씀은
“마음을 비우고 등신처럼 살면 된다네.”
어찌 생각하면은
장수의 비결치고는 정말로 쉽다고 할 수 있고
이 세상 인간으로 살아가자면
결코 쉽지만 않을 것 같은 방법이기도 하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
그리고 등신처럼 살아간다는 것
즉 바보같이 살아가라는 말씀인데
평범한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씀이지만
세속에 물들어 사명감 없이 세상 사람과 다름없는
성직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말씀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인간은 죽음을 앞에서는 마음을 비운다고 한다.
그런데 평소에 살아가면서는 그 마음 비우기가 쉽지 않은 것은
등신이 못되어서는 아닐까?
태양이 곱게 곱게 물들여 놓은 단풍을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그 고운 단풍을 한잎 두잎 떨어뜨리고 있다.
떨어지는 저 단풍잎이 등신 이어서,
바보이기에 말없이 떨어져 가는 것일까?
봄부터 이 가을까지
단소동화작용으로 나무에게
여러 가지의 도움을 주었던 단풍잎
마음을 비웠는지,
자신의 수고를 알아 달라는 말도 없이
도로 위로 떨구어져 내리는 비를 바보같이 다소곳이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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