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이 서서히 내리는 저녁시간
후배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나를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한다.
“저녁에 시간이 있습니까?”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이 병문안 가려는데, 안 가시렵니까?
보는 것이 오늘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한다.
겉모습의 건장함으로 보면
병마가 감히 접근초차 못하리라 생각되는데,
그 병마란 놈이 단단히 마음먹고 달려들었는지
병원에 들어서니 훌쩍 빠진 겉모습은
건장하던 그전, 그 체구는 간곳이 없고
초췌한 모습이 완전히 병색이 짙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의 어린 아들은
아버지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울지 마라 달래주는 병든 아버지,
그 모습에 눈물이 핑 돌며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신(神)은
흙으로 빚어 살을 만들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생명을 주셨다지,
그 생명을 주어 인간을 창제하셨다는
그 신께서
의사의 입을 통하여 전해준 천명(天命)
그 천명이 십여일 정도의 삶이 남았을 뿐이란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했던가?
영장(靈長)이란 뜻을 사전에 찾아보니
【명사】① 영묘한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
② 가장 영묘한 존재라는 뜻으로, 사람을 일컫는 말
그 뜻을 조금 더 풀어보자면
신령스럽고 기묘함이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이상야릇함 힘을 가진
만물의 우두머리가 인간이라는 뜻인데
신령스러우며 기묘하고
생각으로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이상야릇한 힘을 가진 만물의 우두머리인 인간,
그 인간이건만
자신의 생명만은 어쩔 수 없으니
어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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