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웬, 붕어빵

心田農夫 2009. 11. 26. 16:44

집사람이 몸살이 나서 몸져누웠다.

아니 직장에는 나가니 퇴근 후에 몸져눕는다.

 

화요일에는 후배가 김장을 하라고 배추 25포기를

직장 주차장까지 가져와 내차에 실어주고 갔다.

 

퇴근을 하여 아파트주장에서

3층인 집까지 몇 번을 들락날락하면서

나르고 있는데도 누워서 꿈쩍을 안하기에

어디 아프냐고 묻었더니, 아프단다.

 

속으로 그래도 그렇지 남편이 끙끙거리며 나르면

그래도 조금 돕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누워서 꼼짝을 않으니 조금은 밉기도 했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집사람에게 얻어올까 묻지도 않았고

주기에 차에 실고 왔으니 별수 없이 혼자의 일이 되었다.

 

베란다에 있는 조금마한 창고에 들여놓고는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누운 체로 “나는 김장 못해요.”한다.

“그럼 이 배추는 ”

참으로 남감하다. 주기에 얻어왔는데,

집으로 옮기기 전에 이야기했으면

남이라도 가져다주지 다 옮기고 나니 못한다니.

 

한편 얼마나 아프면 저럴까?

하기야 아파서 누워있는데

일거리를 만드는 남편이 밉기도 하고 원수 같기도 하였으리라

아내가 아픈지 괴로운지, 모르고 있다가

누워있는 것을 보고야 알았으니 할 말이 없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 퇴근 전에 집으로 전화를 했다.

집사람이 받기에 “아픈 것은 좀 어떤데”

“그저 그래요 ”하기에

“오늘 모임이 있어 모임에 갔다가 들어가려고 하는데,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이야기해 사가지고 갈게”했더니

“먹고 싶기는 뭐, 없어요.” 한다.

목소리에 잔뜩 심통이 깔려있다.

“알았어. 갔다 바로 들어갔게” 하고

끊으려고 했더니 “붕어빵이나 사다줘요.”한다.

“뭐? 붕어빵. 웬, 붕어빵하다. 알았어.”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통닭이나 족발,

아니면 순대나 사가지고 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붕어빵이라니,

 

모임에 갔다 집으로 가는데

어디서 붕어빵을 파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갔더니, 들어서는 나를 보고는

“붕어빵 사왔수.” 묻는다.

“아니 어디서 파는지 알아야지 몰라서 그냥 왔어.”했더니,

“내 그럴 줄 알았지, 매날 다니면서 아파트 앞에 붕어빵 장사도 못 봐나” 한다.

 

먹기는 대게 먹고 싶었던가보다.

그래 추리닝으로 갈아입고는 산책을 간다는 말을 하고는 집을 나섰다.

 

매일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아파트 정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포장마차 붕어빵가게를 보지 못했는데,

 

거기 있다면 그거야 사오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포장마차에는 불이 꺼져있고 포장은 둘러쳐져 있었다.

 

이곳저곳 붕어빵 가게를 찾아서 다니다 발견을 하면

이미 사람은 없고 싸늘한 포장마차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집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발견을 하기는 했는데

막 마치는 중이었다.

 

“아주머니 붕어빵 없어요?” 하니 “저거뿐인데”

가리키는 곳을 보니, 거무칙칙해 보이는 조그만 붕어빵이 있었다.

 

얼마냐 물었더니 천원에 세 마리인데 이천 원이란다.

“저 미안 하지만 오천 원 어치만 구워주시면 안될까요?” 물으니

이제 마쳐서 다시 구우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며

조금 망설이시기에

 

집사람이 아픈데 먹고 싶다고 해서 그런다 했더니

나에게 기다릴 수 있냐고 물으신다.

기다리겠다. 고하자 둥근 기계에다 바닥에 내려놓았던

붕어모양의 빵틀을 걸고는 기계에 가스 불을 붙이셨다.

 

기다리는 중에 고등학생이 지나다 천원어치만 달라고 하니

없다하신다. “아주머니 이것 주세요. 학생이 배고픈 모양인데”

그래도 되겠냐? 물으신다.

“이왕 기다리는 것 조금 더기다리면 되지요”했더니

내가 가져가기로 한 붕어빵 세 마리가 봉투에 담겨 떠나간다.

 

그러고 43분을 더 기다리고야 12마리의 붕어빵이 구어 졌고

있던 세 마리하고 하여 오천 원어치 15마리의 붕어빵을 작은 봉투

두 봉지에 담으시면서 아주머니는 너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기계가 열을 받아있으면 금방 구워지는데” 하신다.

“아니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집에도 못가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의 말을 하고는

붕어빵 두 봉지를 건네받아 들자 따끈따끈한 감촉이

손으로 전해지는데 기분이 좋았다.

 

붕어빵 두 봉지를 들고는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서며 붕어빵 사왔다고

목청을 돋우면서 일어나 어서 먹으라고 하니

부스스 일어나 겨우 두 마리를 먹고는 다 먹었단다.

 

실컷 먹으라고 추운데 서서 기다리며 사왔더니

먹으라는 집사람은 겨우 두 마리의 붕어빵을 먹고 말았는데

두 딸은 마주 앉아서 맛있다며 붕어빵 잘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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