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네네 마님, 잘 봐 주이소.

心田農夫 2009. 12. 7. 10:59

 

 

 

어느 노인의 고백

 

                          이 해 인

 

하루 종일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난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일주일 7일 중 오직 하루 쉬는 일요일 아침.

아침을 먹고 내 방으로 가서 커피 한잔 놓고 마시며

책을 보고 있는데 거실에서 집사람 “뭐 해요? 와서 걸레질해요.” 한다.

 

아내는 일요일엔 아침을 먹으면 으레 청소기를 돌리고는 한다.

돌리고 나면 걸레질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

청소기는 돌아가는 소리가 나서 알지만 걸레질은 소리가 나지 않으니

방문을 닫고 있으면 걸레질을 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가 없다.

 

보통 때는 청소기만 돌리고 잠잠하기에 청소기만 돌리고 말았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보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더니,

“아니 청소기 돌리고 나면 척 알아서 걸레질을 해야지 꼭 불러야 해요.”

“청소기 돌리면 청소 끝난 것 아니었나?”했더니

“걸레로 닦아야 하지 청소기만 돌리면 되요.”

 

장사를 하다 보니 일찍 출근을 하여 퇴근은 늦은 시간에 하는

나로서는 집안 일 돕기가 어렵다.

 

달랑 일요일 아침과 점심을 손수 하는 것이 다였고

그것도 할 때마다 “남편 하나는 잘 만났지,” 라고 큰소리 치고는 했는데.

 

생각해보면 같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내는 빨래다 식사준비에다 여러 가지 집안일을 혼자 도맡아 한다.

 

아내의 수술 후 집안일을 도와야지 하는 마음 가지고 있어도

생각뿐이요 그것이 잘 되지를 않는다.

 

걸레를 들고 빨아서 거실 바닥부터 닦기 시작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

먼지가 쌓여있는 것이 보여 닦다보니 언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평소에 그냥 지나던 것들이 자세히 보니 먼지가 덮고 있다.

TV위, 문갑위에 유리, 그 위의 작은 사진 액자들, 각방의 문들,

에어컨, 그리고 보니 내 책상위도, 책상 옆에 자리한 컴퓨터 책상과

컴퓨터 화면과 몸체, 프린터기 위 등등

 

보는 곳곳이 먼지가 쌓여 있는 것이 웬 먼지가 그리도 많은지.

걸레를 들고 베란다에서 빨아가지고 들어와 다시 닦고 하면서

들락날락 하자니 집사람 한마디 한다.

 

“하는 것을 보니 늙어서 밥은 얻어먹겠네,

그리 잘하면서 어찌 그동안은 안했노.”한다.

“늙으면 밥도 안주려고 했는가 보지?”했더니

“젊어서 잘해야 늙어 밥 얻어먹지, 그러니 더 늙기 전에 점수 따둬요.”

“네네 마님 잘 봐 주이소. 내사 무슨 힘 있는 겨.”

허리 굽히면 말하는데,

마침 방에서 나오던 딸아이 보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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