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고마운 마음, 서운한 말씀

心田農夫 2009. 10. 26. 12:48

이번 주말은 정말로 바쁘게 지냈다.

토요일에는 고향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느라고

서울을 다녀왔고 일요일에는 모임의 회장 자제의 결혼식

그리고 교회에 행사 등등 너무도 분주하게 보낸 주말이었다.

 

고향을 떠나온 지 얼마 안 되다 때는

업무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하던 모임에도 참석하여

친구들의 얼굴도 보고 소식도 접하느라고

두세 달에 한 번쯤 다녀오고는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는

그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을 했고

이제는 고향인 서울을 가더라도 볼일을 보고는 서둘려 내려오고는 한다.

 

지난 24일 토요일에

절친한 고향 친구가 딸아이를 시집을 보낸다는

청첩장을 보내와 받아 보고는 가보아야 하나

인편에 축의금만 보낼까 망설여졌다.

 

같은 지역이면 잠시 잠깐 다녀오면 그만인데

포항과 서울이란 거리가 먼 거리이다 보니.

토요일 하루를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하루 문을 닫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아니고는 친구들 얼굴을 보기도

쉽지가 않고 하여 가게 문을 닫고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하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씻고는 서둘러 터미널에 가서

6시에 출발 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두어 시간 달려서 ‘선산’ 휴게소에서 들렸다.

15분을 쉬니까 볼일들 보시고 시간을 지켜서

승차를 해달라는 멘트를 듣고는 차에서 내려서

휴게소 한 쪽에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분수가 솟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그마한 연못가 벤치에 앉아

싸가지고 온 김밥 두 줄을 먹고 나니

벌써 12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워낙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나는 휴게소 식당에서는 음식을 사먹지를 못한다.

몇 번이고 사서 먹다보면 시간에 쫓기어 다 먹지도 못하고

서둘러 먹노라면 그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다.

 

그래서 장거리 여행에 직접 차를 몰지를 않으면

항상 김밥을 준비하여 먹고는 한다.

 

토요일에도 김밥을 먹느라고

12분이란 시간을 소비하고 나니 마음이 바빴다.

 

얼른 커피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커피를 뽑고 있기에

다섯 번째로 줄을 섰는데,

일행이 많아서인지 앞에 한 분이 계속해서 뽑고

옆의 사람은 뽑은 커피를 일행에게 날라다 주고 있다.

 

내 앞의 네 사람은 다른 자판기로 옮겨서

뽑아 가는데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계속 뽑기에 한잔만 먼저 뽑으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옆에서 날라다 주던 분이

“야 이 어르신 한잔 먼저 드려라”한다.

 

뽑아서 한 잔을 건네주기에 받고는 동전을 건네려고 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냥 드십시오.”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서둘러 버스에 올라

나의 좌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하려니

내가 그렇게 늙어보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십대 초에서 중반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보고 어르신이라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커피 한 잔 건네는

고마운 마음과 상대방에 대한 경어(敬語)를 써

호칭을 하는 그 분의 예의바른 말을 이해하면서도

한편 자신의 모습이 그 분의 눈에는 그렇게 늙게 보였나?

 

낯선 상대방에 커피 한자 전하는 고마운 마음과

“어르신”이라는 예의 바른 경어(敬語)로

대접을 받았으니 기분 좋아야 함에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늙었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려니

입안의 커피의 씁쓸한 맛과 함께 기분 역시 씁쓰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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