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역시, 보험회사들이란

心田農夫 2009. 11. 5. 15:10

1

노을 비낀 빈 절 안에서

무릎을 안고 한가히 졸다

소소한 가을바람에 놀라 깨어보니

서리 친 단풍잎만 들에 가득해.

 

2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인데

요란스러운들 어찌 잠이 안 오랴.

고요한 밤의 빈 산 달〔空山月〕이여,

그 광명으로 한바탕 베개 하였네.

 

3

일 없음〔無事〕이 오히려 할 일이거늘

사립문 걸어 닫고 졸다가 보니

그윽이 새들은 나의 고독함을 알고

창 앞에 와 어른거리네.

 

4

깊고 조용한 저 산에

구름을 베개 하여 조는 내 형색

에헤야 좋을시고 그 가운데 취미를

제멋대로 십자로(十字路:온 세상) 에 놓아두리라.

 

5

이 마음 헤아리기 어려운 일을

곤하면 잠자는 것.

고금으로 전한 이 구절

자못 이 문전(門前)에 분명하구나.

 

<우연한 노래>

구한말의 선승 경허(鏡虛)의 법어집에 나오는 선시(禪時)이다.

 

                                                                            최인호의 「산중일기」중에서

 

 

 

「산중일기」저자인 최인호 작가는

세 번째 시의 첫째 행을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라고 책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일 없음이 오히려 나의 일이라’라는 구절이 내 심혼에 불꽃을 지핀다.”

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위의 시를 읽으며

두 번째 시의 첫 연과 두 번째 연

그리고 작가처럼 세 번째의 첫 연이 가장 마음에 느낌을 주었다.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인데

요란스러운들 어찌 잠이 안 오랴.”

 

“일 없음〔無事〕이 오히려 할 일이거늘”

 

깨달음이 없고 서야 어찌 감히 이처럼 말하고 느낄 수 있으리오.

아니 경허(鏡虛)스님은 깨달은 분이 아니라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하는

한마디를 전해 듣고 바로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는 분이 아니던가.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이라,

일 없음이 오히려 할 일이거늘

 

위의 시구를 왜 생활에 적용 하지 못하는 것일까?

늘 마음을 비우며 살겠노라, 마음공부를 한다고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마음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중심〔中道〕을 잡으며 살아가겠노라 평상시에 마음먹고도

막상 어떠한 일이 닥치면 혈압이 오르고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색이 변하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 아니던가.

 

나는 소형 화물 밴을 몰고 다닌다.

즉 우리가 보통 지프차라는 것이 나의 차인데

 

지난 토요일 출근하여 우리 주차장과 옆 경정비업체와

경계인 담 옆 가까이에 차를 주차하여 놓았는데

토요일 밤 업체가 일을 마치고 난 후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 정비업체 마당에 차들을 밤새 주차를 하는데

동네 한사람이 후진으로 주차를 하면서 넘지 못하게 해놓은 것까지 넘어

그만 담을 받아 담이 무너지면서

그 담이 나의 차 조수석 쪽으로 넘어지며 차에 피해를 입혔다.

 

사고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곳과 불과 6~7m 거리의

사무실에서 '꽝' 소리에 놀란 정비업체 사장님

나와서 보니 차 운전자는 뒤 유리창도 열어 놓은 채 도망을 가고 없었다.

 

차를 보니 정비업소 맞은 편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 것이라

찾아가 불렸더니 갑자기 불을 끄면서 대꾸도 없다.

 

한참을 불러도 보고 차량에 적혀있는 휴대폰 번호로

연락을 해보아도 전화를 받지를 않고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를 하여

경찰관이 나와서 사진을 찍고 그 집에가 불러보고

역시 전화를 해보아도 묵묵부답이다.

 

경찰관 가서 조서를 꾸며야 한다고 하기에

팔자에도 없는 것 같은데,

경찰 순찰차를 타고 파출소로 가서 조서를 쓰고 막 돌아 왔는데,

휴대폰으로 차량 소유자가 파출소에 왔다고 다시 오라는 것이다.

 

가보니 나이든 사람이 차량주인이라고 하면서 와 있었다.

정비업체 '꽝' 소리에 나왔을 때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뒤 모습을 보았는데,

젊은 사람이 분명하였고, 그 젊은 사람이 운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신이 운전을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아마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전화도 안 받고 집안의 불도 끄고서 있더니

자식이 술을 먹고 사고를 냈으니 술도 조금 깨게 하고

그동안 사고 처리에 대하여 이야기 했던가 보다.

 

두어 시간이 지나서 나타나서

차가 아버지인 자신의 명의로 등록이 되어있는데

자신이 운전을 했지 누가 했겠냐고 하면서

피해에 대하여 보험으로 처리를 해 주겠다고 하기에

 

술을 먹고 아들이 운전을 하였던 아버지인 자신이 운전을 하였던

그러라고 하면서

뺑소니로 처리 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원상복구만 하는 것으로 일을 처리하였다.

 

그 후 가해차량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차량 수리기간 동안 렌터카를 이용해도 되는데

소형차 밖에는 렌터가 안 된단다.

 

소용차를 타기 싫어서 그냥 택시를 타고 다니겠다고

했더니 “그러시면 현금으로 지급 됩니다.” 했다.

 

그런데 월요일에 정비소에 들어간 차가

오늘 수리를 마치고 나올 것이라는 연락과

그동안 택시를 타고 다닌 비용을 통장으로 입금시키려고 하니

통장번호를 불러달라고 하기에 불러주고 나서,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참으로 어이없는 말을 들었다.

 

하루 교통비로 8,000원씩 지급된다는 것이다.

두호동이라는 나의 집에서 나의 직장이 있는 흥해는

한 번에 오는 버스도 없고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그리고 4일 동안 이틀은 모임에도 가고 다른 곳으로 움직이며

택시를 이용하여 다녔는데,

 

하루 8,000원씩이라니,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집에서 직장까지 편도 택시비만 해도 6,500원에서

7,000원이 나오는데,

하루에 8,000원이 나온다니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고

그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것을 알고 누가 바보처럼 택시를 타고 다닌단 말인가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면 소형차라도 렌터카를 이용하여 편하게 다니지

요즈음 며칠 추웠는데 택시를 잡느라고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서 추위에 떨면서 다녔겠는가.

 

우리나라 보험회사들,

그럴듯하게 광고를 하면서

그리고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

보험모집 할 때와 사고당시에는 친절한 척하면서

 

“최선을 다하여 차량을 수리 할 것이며,

다니시는데 불편 없이 렌터카를 이용하셔도 되고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으시면 현금으로 지급됩니다.”라고만 했지

 

‘렌터카를 이용 안하면 하루에 8000원의 현금이 지급 됩니다.’ 라고 하는

고지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서는 이제 상황이 종료된다 싶으니

처음에는 말 한마디 없던 회상규정 따지고 금융감독원 보험관련법이 어떻고 한다.

 

정말로 화가 나고 혈압을 올리면서 소리질러보자니

머리가 깨어질 듯 아프기만 하고 기분은 영 말이 아니다.

 

전화를 끝내고 한참 후 다른 직원이 찾아오겠다는 전화가 왔고

40분 정도 있자니 자기가 보상팀 담당자라면서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보자고 하여 떼돈 별일도 아니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애초에 없던 터라

정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고 내일 통장으로 입금시키겠다고 하고는 갔다.

 

오늘 일로 오전에는 일을 못하였지만

다시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고 한 가지 느낀 점도 있었다.

 

첫째, 아직 인격도야가 멀어도 한참 멀었구나 싶고

마음을 비우며 세상사에 임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참으로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혈압을 올릴 일도 없이 차근차근 조리 있게 이야기해도 될 것을

혈압을 올리니 몸도 피곤하고 머리도 아프고 자신이 손해인데,

 

처음 사람과 전화를 끊고 담당자가 오기 전 40분 동안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찾아온 담당자와

차분하게 조목조목 따지면서 이야기 했고

그 덕분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자는 담당자의 말을 끌어냈고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그리 손해도 없이 일을 처리 했다.

 

둘째, 느낀 것은 힘없고 배운 것 없는 민초들은

하루에 얼마를 자신이 택시비로 지불하였던

꼼짝없이 하루 교통비 8,000원에

당하고 말아야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상식에도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기업이

보험회사라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혈압을 올리고 소리도 질러보고 해도

‘회사의 규정’어떻고 ‘금융감독원 보험거래법’이 어쩌고 하면서

고압적인 말투로 너 떠들어보아도 눈 하나 깜짝 안하겠다는 투더니

 

“내 분명히 말하는데 나라는 사람 경우에 어긋나고

잘못된 것을 인정 못하는 사람인데,

상식에도 맞지 않는, 너희 멋대로 만든 회사규정,

그리고 금융감독원의 보험거래법이 어쩌고 했는데

그래 법대로 따져보자.

고지의 의무를 다 하지 않은 너희가 잘못이냐?

고지를 안 해 주어 알지 못해 택시타고 다닌 내가 잘못이냐?

10원 때문에 100만원이 들어도 내 그냥 못 넘기겠다. “ 하니

 

자신은 영업사원이고 자기 선에선

더 이상의 금액은 안 되다 하면서

보상팀 담당직원한테 전화하라고 할 테니

그 사람과 이야기하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보상팀 담당자 와서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끌기에 일해야 한다고 당신들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타협을 보자고 했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고 마무리 했지만

어떻게 사람을 놓고 저울질하고 사람에 따라서 금액을 정하는 지

 

이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혹시라도 교통사고로

“ 렌터카를 이용 할래, 돈을 지급 받을래.”

하는 경우가 있으시면 확실히 알아보기고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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