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세월이 그린 얼굴

心田農夫 2009. 11. 19. 15:17

 

삼백육십오일 매일 아침 머리를 감는 나는

머리를 감고는 수건으로 대충 닦고는 만다.

남들은 거울을 보면서 이것저것

좋다는 것을 얼굴에 바른 다고 하던데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대충 닦고 나면 그만이고

어쩌다 생각나면 스킨로션 한 번 쓰윽 바르는 것이 다다.

 

오늘도 씻고 나오는데

집사람이 화장대 앞에서 바쁘게 화장을 하기에

집사람 옆에서 스킨로션을 들고 손바닥에 묻혀

얼굴에 손을 가져가다 비쳐진 얼굴을 본다.

 

주름과 함께 눈가는 축 쳐져있고, 까칠한 피부가

마치 바람 빠진 풍선 같이 힘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어느새 이렇게까지 되었나.” 혼자 말했는데,

집사람이 대뜸

“그것이 인생이지 웬 한숨을,

나이가 몇인데 세월 가는 줄 모르는 갑네.”

 

지천명을 훌쩍 넘기고 나니

 “세월에 장사 없다.”고 하더니만

 

까칠한 피부에 축 쳐진 눈을 보고 출근을 한 타일까?

활기차야 할 이아침에 마음이 온통 텅 비어 허전하기만 한데

오늘따라 눈에 들어오는 것이 노년에 연관된 것들 만이다.

 

커피 한잔 타놓고 메일을 열어보니

아침편지의 내용도 역시 노년에 관한 글이고

한가한 시간 책을 펴들고 읽어 가는데

역시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편지의 내용도 그렇고

책속에서 활자로 적혀져있는 내용도 그렇고

허전한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어 옮겨 본다.

 

 

<정신의 방이 넓어야 노년이 아름답다 >

 

지금, 나는

꽤 넓은 방을 서재로 쓰고 있다.

방은 어쩌면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정신세계의 방은 더 좁아지고 공허해지지 않았을까.

나이가 들수록 사실 넓은 방은 필요 없다.

필요한 건 드넓은 정신의 방이다.

정신의 방이 넓어야 그의 장년과

노년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 박 범신의《젊은 사슴에 관한 은유》중에서 -

 

 

* 나이 들 경험이 깊고 풍부해집니다.

그러나 그 경험이 오히려 더 좁은 방을 만들기도 합니다.

자기 생각, 자기 고집의 틀에 갇혀 더 좁아지고 옹색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장점보다 단점을, 좋은 것보다

유독 안 좋은 것만을 꼭 집어 말하기를 즐겨하게 됩니다.

정신세계의 넓이는 그 사람의 입술에 달려 나오는

말에서 드러납니다. 격려의 말, 사랑의 말...

나이가 들수록 말이 아름다워야

노년도 아름답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나이 듦에 대하여」

 

나이가 들면 너그러워질 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나이가 들수록 섭섭한 것도 많아지고

원망도 켜져 가는 것이 나날이 속이 좁아져 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체면은 살아서

남들에게 아주 너그러운 표정이 지어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감탄한다.

어머, 너는 아직도 그렇게 웃는구나 하고.

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에겐 진면목을 드러내고 만다.

송곳 같은 마음을.

나이 들면 결국 친구와 남편밖에 없으니 있을 때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남들한테는 교과서를 외우듯 힘주어 말하면서 정작 나는 구제 불능이다.

그래도 다행히 친구는 한 집에 살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 감정 조절이 가능하다.

남편은 언제라도 감정의 폭력에 휘둘릴 위치에 있다.

젊었을 때는 나중에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남편한고 친구처럼 오순도순 살 줄 알았다.

같은 동아리에서 만나 오래 사귀어 오는 동안 대화가 마를 짬이 없었기에

나이 들면 잉꼬는 못 대도 비둘기 정도는 되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깔깔대며 흘려들었을 말 한마디에서도 뼈를 찾아내고

즉각 비수를 품은 말로 답한다.

난 그동안 내가 남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해였음을 깨달았다.

내가 ‘있는 그대로’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실은 내 ‘틀 속에 있는 그대로’의 남편이었다.

                               박 혜란,「나이 듦에 대하여」

 

첫 번째 글은

매일 메일로 전해지는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내용이다.

 

작가 박법신은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넓은 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건 드넓은 정신의 방이라고

정신의 방이 넓어야 그의 장년과

노년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전적으로 동감이 가는 말이다.

 

정신의 방.

그 방을 넓힌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아마 정신의 방, 마음의 방을 넓히는 것

그것의 하나가 독서가 아닐까?

 

그리 생각하면서

매일 매일 시간을 내어 책을 본다.

보이는 얼굴에 주름이 진다하여도

보이지 않는 정신만이라도 맑고 투명하게 하기위하여

오늘도 책을 펴들고 읽고 있었다.

 

두 번째 글은

지금 읽고 있는 책 「동양철학의 유혹」이란 책

중간 중간에 작가가‘생각 키우기’,

‘생각해볼 짧은 글’이란 작은 제목으로 글을 실은 것 중에

박혜란님의 「나이 듦에 대하여」에 있는 내용을 옮겨 적은 것을

다시 옮겨 적어본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나이가 들면 너그러워질 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나이가 들수록 섭섭한 것도 많아지고

원망도 켜져 가는 것이 나날이 속이 좁아져 간다.”

 

너무도 동감이 되는 말이고 실제 그렇다.

이제는 세상사 무감각해 질 때도 되었건만

작은 것에도 섭섭하고 아무것도 아닌데도

너그럽기는커녕 목청부터 높아지기가 다반사다.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기고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다는 지천명의 훌쩍 지난

나이가 되었는데도 마음하나 다스리지 못하니

언제나 거울에서 주름지고 까칠한 얼굴이 아니

마음 깊은 곳의 아름다움 내면의 얼굴을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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