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11월을 보내면서

心田農夫 2009. 12. 1. 11:50

겨울나무

 

                            김 병 섭

 

아름다웠던 계절도

마른 가지만 남기고

 

세월을 묻고

뒤 돌아 보는 이 길에

 

지나온 거리마다

수북이 쌓여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무수한 밀어

 

잎 진 겨울나무에

한 잎 바람에 흔들리는

 

삶의 환희로움이

가지 끝에 피어날 때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산길이

 

또 다른 생명이

계절을 꿈꾼다.

산다는 것이 바쁜지

바쁘게 살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침 등교길 차 속에서 작은 딸아이가

“아빠 오늘부터 12월이에요.”한다.

“12월~, 그렇구나. 벌써 12월이구나.”

 

그리고 보니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빨간 등, 파란 등, 노란 등의 신호등 보기 바빠서 이었을까?

 

파릇파릇 새로운 잎사귀가 하나 둘 나

나목의 가지를 연둣빛으로 덮어가 던

모습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는데

 

딸아이의 말을 듣고

차창 밖으로 내다본 가로수들

그 풍성하던 잎사귀들은 보이지 않고

앙상한 가지들이 하늘 향해 팔 벌리고 서있고

 

벗은 듯 앙상하게 서있는 나무의 밑

보도 불럭 위에 그 푸르던 나뭇잎들이

낙엽 되어 뒹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열두 장의 달력이

한 장 한 장 떨어져 나가더니

이제는 유일하게 한 장의 달력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벽에 딱 달라붙어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나만은 찢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한 장의 달력은 마치 암탉이 알을 품듯

품속에 검은 색들의 날들 이십이일하고

붉은 숫자로 표시된 휴일 닷새

그리고 반공일 아닌 이제는 온 공요일이 된

파란 색으로 적힌 숫자 넷을 품에 꼭 안고 있다.

 

찢기어 나간 달력의 날들을 상기해 보면서

살아온 여러 날들 중에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후회된 삶은 없었는지

있다면 다시는 모자라지 않게,

더 이상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12월 한 달을 살아야겠다고

11월의 달력을 찢으면서 새로 맞은 달력 한 장 ,

그 한 장의 달력을 마주하며 12월 첫날에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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