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김 병 섭
아름다웠던 계절도
마른 가지만 남기고
세월을 묻고
뒤 돌아 보는 이 길에
지나온 거리마다
수북이 쌓여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무수한 밀어
잎 진 겨울나무에
한 잎 바람에 흔들리는
삶의 환희로움이
가지 끝에 피어날 때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산길이
또 다른 생명이
계절을 꿈꾼다.
산다는 것이 바쁜지
바쁘게 살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침 등교길 차 속에서 작은 딸아이가
“아빠 오늘부터 12월이에요.”한다.
“12월~, 그렇구나. 벌써 12월이구나.”
그리고 보니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빨간 등, 파란 등, 노란 등의 신호등 보기 바빠서 이었을까?
파릇파릇 새로운 잎사귀가 하나 둘 나
나목의 가지를 연둣빛으로 덮어가 던
모습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는데
딸아이의 말을 듣고
차창 밖으로 내다본 가로수들
그 풍성하던 잎사귀들은 보이지 않고
앙상한 가지들이 하늘 향해 팔 벌리고 서있고
벗은 듯 앙상하게 서있는 나무의 밑
보도 불럭 위에 그 푸르던 나뭇잎들이
낙엽 되어 뒹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열두 장의 달력이
한 장 한 장 떨어져 나가더니
이제는 유일하게 한 장의 달력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벽에 딱 달라붙어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나만은 찢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한 장의 달력은 마치 암탉이 알을 품듯
품속에 검은 색들의 날들 이십이일하고
붉은 숫자로 표시된 휴일 닷새
그리고 반공일 아닌 이제는 온 공요일이 된
파란 색으로 적힌 숫자 넷을 품에 꼭 안고 있다.
찢기어 나간 달력의 날들을 상기해 보면서
살아온 여러 날들 중에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후회된 삶은 없었는지
있다면 다시는 모자라지 않게,
더 이상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12월 한 달을 살아야겠다고
11월의 달력을 찢으면서 새로 맞은 달력 한 장 ,
그 한 장의 달력을 마주하며 12월 첫날에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력, 그 속의 사진들 (0) | 2009.12.21 |
---|---|
역시 탁상행정이구나 (0) | 2009.12.03 |
세월이 그린 얼굴 (0) | 2009.11.19 |
산이 있어 오른다지, (0) | 2009.11.17 |
현재는 (0) | 2009.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