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아내의 난 자리

心田農夫 2010. 1. 8. 16:56

옛 어른들 말씀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는 오늘 하루이다.

 

지난 해 8월 수술을 받은 집사람이

수술 후의 상태검진 차 4일에 서울에 갔다.

 

3~4일이 소요 되리라 생각을 하고 올라갔는데

예상 밖에 여러 날이 소요가 된다.

 

병원이 집 가까이에 있다면 통원을 해도 되련만

병원은 서울에 있고 집은 포항이다 보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에

 

서울의 언니 집에 한번, 안양의 동생 집에 한번

이렇게 신세를 지면서

다음주 15일에 마지막 검진을 하고 내려오겠다고

어제 전화가 왔다.

 

서울에 올라가면서 하루 검진을 받고 난 이틀 후

하루 입원 치료하는 것으로 알고 상경을 했는데

혹시 상태가 좋지 않은가 걱정이 되어 물으니

집사람은 아니 라고 걱정 말라고

전화상으로는 이야기는 하는데

상세한 내용은 집에 와봐야 알 것 같다.

 

아내가 자리를 비운지 

5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빨래는 쌓여가고 저녁에 퇴근을 하여 가면

설거지가 하나 가득 싱크대에 놓여있다.

 

어제는 퇴근을 하여 들어가니

큰딸아이가 설거지를 하고 있기에

웬일로 하고 물었더니,

학원을 안가는 날이라 하고 있단다.

 

이야기를 들으니

지들 나름대로 하루씩 당번제로 하기로 했단다.

 

작은 딸아이는 학원에 가 집에 없고

옷을 갈아입으며 큰 딸아이에게

저녁을 먹였냐고 물으니

저녁을 안 먹었다하기에

야채 썰어서 찬밥을 볶아 볶음밥을 해서

계란을 부쳐서 밥 위에 얻어

딸아이와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

 

쌀을 씻고 압력밥솥에 앉히고 콩나물을 씻어 국을 끊이고

콩나물 일부는 참기름, 깨소금 넣어 무쳐서 그릇에 담아놓고

야채를 썰어 넣고 뚝배기에 된장을 끊이고

두부를 구어 양념간장에 간을 하는 등

이런 저런 반찬을 만들고 밥을 퍼 전기밥통에 담고 나니

11시 30분이다.

 

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세탁기를 돌려야 할 것 같다.

저녁에 세탁기를 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큰 딸아이는 방학인데도 학교에 가니 교복 블라우스 등

밀린 빨래를 밤중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일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불평도 없이 365일 매일 매일 하는 집사람을

평소에 당연시 했는데,

내 단 며칠을 했는데도 너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알고 나니

집사람에 대하여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 오늘은 처음으로 쑥스럽기도 한데

“당신 혼자 힘들 텐데,

옆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힘내서 치료 잘 받기 바래”

혼자 힘들어 할 집사람에게 문자를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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