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시네

心田農夫 2010. 3. 29. 17:01

참으로 습관 이라는 것이 우습다.

자신의 의식과 관계없이 무의식에 잠재 되어 있다가

무심이 그 습관이 되어버린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게 된다.

어제도 집에서 집사람과 이야기 하던 중에 그런 일이 있었다.

 

주5일제 근무제가 실시되는 현실이지만

자영업을 하는 나는 오직 일요일이라야 하루를 쉰다.

그것도 IMF전에는 첫째, 셋째 격주 일요일에 쉬었으나

IMF이후 경기침체로 일요일에 영업을 하여도 손님이 없으니

매주 쉬게 되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퇴근시간이 늦어서

집안일을 도와주려고 해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직 쉬는 일요일이 아니고는

 

그래서 몇 년째 일요일에는

아침과 점심식사를 해주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집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다 작년 집사람 수술 후부터

아침을 먹고 난후 집사람이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뒤따라서 걸레질은 내가 하지만 그 외에 도움을 주지를 못한다.

 

전에는 토요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딸아이들에게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물어서

퇴근을 하면서 아파트 앞 슈퍼에 들러서 일요일 아침

식단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데

요즈음 집사람이 재료를 구해다 놓는다.

 

지난주 아침은 스파게티를 해 먹었는데

집사람 아침을 먹으며 토마토가 나오니

앞으로 스파게티 해먹으면 되겠다고 한다.

그 말 듣고 둘째 딸 우리 유부초밥 먹은 지 오래되지 않았어. 하기에

“딸 유부초밥 먹고 싶으냐?”물으니 “응” 한다.

그럼 다음 주 아침은 유부초밥 해줄게 했더니,

집사람 아침에 바쁜데 무슨 유보초밥, 아침은 스파게티하고

너희들 교회 갔다 와 점심에 유부초밥 해먹으면 되지 한다.

 

그런데 토요일 저녁에 “내일 스파게티 하면 되지?” 물으니

“아침은 유부초밥을 하고 점심에 스파게티 해 먹읍시다.”하기에

“아니 지난주는 바쁜 아침에 무슨 유부초밥이냐고 하더니,

어째서 마님의 마음이 바뀌셨을까, 변덕도“ 했더니,

“그럼 스파게티해요”하기에

“아니 마님이 하라면 해야지, 머슴이 무슨 힘있수,

그런데 유부는 사다 놓으셨는가?”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째딸 냉장고에 가더니,

사다놓은 유부 꺼내 들고는 “짠” 한다.

 

얼마 전 다른 블러그에 갔다가 이제부터

‘머슴이 아닌 '일요아내’라 해야 겠다 생각을 하고

“이제부터 ‘일요 아내’아니면 ‘일요 주부’라 불러주세요.” 했는데

습관이 되어서 인지 바로 “머슴이 무슨 힘있수.” 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습관이라는 것이 몸에 배니 고치기가 쉽지가 않다.

 

어제 아침은 마님의 엄명(?)에 두말없이 바로 꼬리 내리고

다른 일요일 아침보다 30분을 더 일찍 일어나

유부초밥을 해먹었는데

먹고 나서“마님 디저트로 커피 드릴까요?”했더니

“꼭 말로 해야 되요, 알아서 척 가져와야지.” 한다.

 

커피를 마시며 집사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오늘 설거지는 내 할게요.” 한다.

그 말 듣고 둘째딸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시네”한다.

둘째 딸의 말에 우리는 한 바탕 웃었다.

 

 

        <어제 아침에 먹은 유부초밥, 첫째 딸이 찍었다>

 

 

                       <점심에 먹은 스파게티 &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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