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하여 생각하기

비교하여 보았더니

心田農夫 2010. 1. 27. 12:02

 

아침에 시집을 보다가

비슷한 내용의 시를 어느 시집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어

그 시집 펴 찾다가 뜻밖에 어제 블러그에 올렸던

“수채화란 이름” 이란 글과 연관이 되는 시가 있어 옮겨 본다.

 

아래 시는 「하눌타리의 외사랑」이란 시집에 담겨있는 시다.

시집의 주인은 시인이며 이학박사이신 최범영 선생님의 시집이다.

그 분은 잘 모른다.

7년 전 우리가게에 손님으로 오셨던 분으로

“명함 대신하여 드립니다.” 하시면 내밀어 주셨던 시집이다.

 

시집 뒤에 보니

“2003년 3월 31일 작가에게 받음”이라고 적혀 있다.

나는 책을 선물로 받으면

책 뒤에 대각선으로 주신분의 성함과 받은 날짜를 적어 놓는데,

오늘도 보니 역시 적혀져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단지 다른 책하고 다른 것은 작가 직접 주셔서

주신분의 성함대신 “작가에게 받음” 이라 되어있다.

 

이시는 1997년 9월 24일에

조선일보 독자투고란에 투고 했던 시 같다

같은 내용의 시를 한편은 한글로,

또 한편은 한글, 한문 병용하여 쓴 시로

두 편의 시를 같이 실었고 작가가 직접 설명을 해 놓았다.

 

 

“조선일보 독자투고에서 한글논쟁이 한창이던 즈음

세상이 달랐었다면 썼을지도 모를 우리말과

한자어 투성이인 말로 대비시켜 지었다.

 

 

우리말은 어디에

 

술 한 쇠웅 받아다 벗님을 맞아

머귀나무 사이로 지는 달빛그림자 때를 헤며

가을밤 달래는 귀뚜라미 울음을 노래 삼아

뜨락 바자니며 지새 볼거나

 

먼 할아버지 오라땅 찾으라고 사람 보냈건만

서흐레 잊고 맞서 달려드니 나라가 바뀌었네

뙤놈이면 어떻고 오랑캔들 어떠리

얼근해져 짖는 놈이 개인 마당에

 

 

 

國語는 何處에

 

藥酒 한 甁 購入해다 親舊를 불러

梧桐나무사이로 지는 月影으로 時刻을 推定하며

長長秋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曲調삼아

庭園이나 散步하며 지새볼거나

 

祖上이 遼東땅 回復하라 軍師를 보냈건만

階級을 無視하고 抗命 回軍하니 易姓革命이라

中國人이면 어떻고 野蠻人인들 어떠리

醉해서 高喊치는 者가 개인 世上에

 

 

나는 시를 잘 모른다.

그리고 시를 잘 짖는 분들,

그 시를 잘 짖는 시인들을 참으로 부러워한다.

 

시는 잘 몰라도 시를 음미하기를 좋아하고

나름대로 나의 기준으로 잘된 시를 구분하여 마음에 담아둔다.

 

두시를 비교하여 보면

내용은 같은데도

우리의 마음에 공감대를 형성하게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는

우리의 한글로 짖은 시가 아닐까?

 

한글로 지은 시는 음률을 타고 연과 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한글, 한문 병행하여 지은 시는 음률은 고사하고

마디마디 딱딱 끊어져 시의 그윽한 운치를 느낄 수가 없다.

 

 

우리말은 어디에

國語는 何處에

 

 

술 한 쇠웅 받아다 벗님을 맞아

藥酒 한 甁 購入해다 親舊를 불러

 

머귀나무 사이로 지는 달빛그림자 때를 헤며

梧桐나무사이로 지는 月影으로 時刻을 推定하며

 

가을밤 달래는 귀뚜라미 울음을 노래삼아

長長秋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曲調삼아

 

뜨락 바자니며 지새볼거나

庭園이나 散步하며 지새볼거나

 

 

먼 할아버지 오라땅 찾으라고 사람 보냈건만

祖上이 遼東땅 回復하라 軍師를 보냈건만

 

서흐레 잊고 맞서 달려드니 나라가 바뀌었네

階級을 無視하고 抗命 回軍하니 易姓革命이라

 

뙤놈이면 어떻고 오랑캔들 어떠리

中國人이면 어떻고 野蠻人인들 어떠리

 

얼근해져 짖는 놈이 개인 마당에

醉해서 高喊치는 者가 개인 世上에

 

직접 비교하여 보니

참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고

우리의 한글이 더욱 더 빛을 보는 것 같다.

 

한글로 지은 시가

우리의 정서에 맞고 더욱 더 운치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이러한 생각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같은 생각으로 시를 지으신 시인이 있다는 것이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그분을 직접 만난 듯 반갑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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