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어떠한 말을 들을 수 있을까?

心田農夫 2010. 2. 9. 15:29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점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

세상에서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옹서이고, 자비이다.

                                     법정의 「아름다운 마무리」중에서

 

 

어제의 장거리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려는 듯,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 아침부터 창밖에는 부슬부슬 이슬비가 오락가락한다. 어제 이른 아침 집을 나서서 다시 집에 들어선 시간이 밤 11시 20분이다. 어두움에 묻혀가는 회색의 도시, 서울을 뒤로하고 달리는 고속버스, 그 속에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그 위에 몸을 누인 채 차창 뒤로 달려가는 밖의 어두움에 눈을 응시한 채 생각에 잠긴다.

 

내가 세상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누웠을 때, 그래도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줄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나의 죽음의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지인들, 정말 아무런 이해타산 없이, 아무런 부담 없이 나와의 관계만을 가지고 찾아 올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어머니, 아버지의 귀한 은혜입어 이 세상에 왔음을 알리는 고고의 소리를 허공에 흩날리던 그 순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 한번 만난사람, 두 번 만난사람, 세 번 만난사람, 그리고 그 만남이 계속되어 동창이란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선배란 이름으로, 그리고 후배란 이름으로, 우연으로 만났던 필연으로 만나던 기억을 하는 사람도 기억조차 없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와 던 삶, 그 만남 속에서 나라는 사람은 어떠한 존재로 그들의 마음에 자리하고, 그들의 기억에 어떠한 형상으로 남아 있을까?

 

정이란 자신을 내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정을 준다. 라고 말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나를 내보여 주면서 살아 왔을까? 나를 사랑하던 사람에게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받았으며, 또 얼마나 많은 애정을 보여주었을까? 동창이요 후배요 선배들에게는 얼마나 진실 된 우정을 나누어주었을까?

 

한분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 한통으로 시작된 이번의 여정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어느 순간이 될지는 알 수 없어도 내 삶의 여정을 끝내고 인생종착역에 말 잃고 누웠을 때, 옷깃을 스치듯 우연히 만났던 사람이나 전생의 악연으로 이승에서 필연으로 만나던 사람이나 이런저런 인연들을 가지고 나와 만나던 사람들에게서 이승에서의 인연을 끝내는 마지막 인사로 어떠한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또 하나의 화두를 마음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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