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소유, 그 뒤 얼굴

心田農夫 2010. 3. 20. 09:57

가버리는 것들과 떠나야 하는 것들ㆍ33

 

                              유 진

 

천년의 거뜬히 견디어낸 부도에는

세상근심 거두어 담던 걸망 걸어둔 채

만장 펄럭이던 고승의 유골이

예불 범종소리에 시름을 달래고

 

보낼 것 다 보내버린 겨울나무

청량한 바람에 허전한 마음마저 씻는데

수없이 쌓아온 인연들 버거운 삶 움켜지고

천 손 모아 올리는 기도로

이루고자 하는 것 무엇이던가

 

보는 대로 보이는 세상

미궁에서 놓쳐버린 원각을 찾는

찰나의 존재가

억겁의 윤회를 거듭나며 잠시

풍경처럼 흘러가는 그대로 흐름일 뿐

 

외길로 돌아서는 산사의 새벽이

안개 속에 넌지시 깊다.

 

 

 

 

소유, 그 뒤 얼굴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인가를 가지려는

소유욕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가지는 바로 그 순간

가지는 만큼 잃고 있음을 자각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이는 것을 소유할수록

우리는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것을 잃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이다

 

소유욕의 개인주의는 우리의 전통문화인

두레정신과 품앗이전통을 사라지게 하였고

조형틀에 찍어낸 듯한 사각아파트의 편안함은

 

선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던 우리의 전통가옥,

한옥의 아름다움을 사라지게 하였을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정과 정으로 맺어주던

우리의 이웃사촌을 점점 멀어지게 하였다,

 

문명의 이기라고 이름 붙여진 모든 것들은

우리의 정신 뿐 아니라 육신마저도 잃게 한다.

육신의 안락만을 추구하는 자는

맑은 정신을 잃게 되고 마음과 영혼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고 있다.

 

우리들의 삶은

소유하기 위해서 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은 잃어가는 것이요,

잃어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가버리는 것들과 떠나야 하는 것들ㆍ34

 

                           유 진

 

우리는 모두

보내야 하고 떠나야 하는 것

그리고 마침내

보내고 떠남이 하나 되는 것

 

안개를 몰고 온 비에

안개가 씻기고 걷히듯

 

물에 물을 타 물이 섞이듯

몸과 마음의 경계를 없애고

 

우리는 모두

문득 왔던 것처럼

문득 가버리는

오고 감이 따로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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