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개학을 하고나니

心田農夫 2010. 9. 16. 12:27

    우리 집 풍경

                      벽 석

긴 줄만 알았던 방학이

어느새 개학을 맞이하였다.

 

한사람 두 사람

자신이 맞추어놓은 시각에

자신이 좋아하는 알람 음악소리에

눈비비고 일어나 부산히 움직이니

다시 바빠진 우리 집 아침 풍경

 

정해진 순서 없이

정해진 음식 없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알아서 챙겨 식사하고

 

각자의 시간에

대문 밀고 나서며

손 흔들며 안녕 소리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고

 

교실에서, 직장에서

긴긴 무더위와 함께하다

밀치고 나갔던 그 문으로

지쳐버린 하숙생이 되어

모금자리 찾아 다시 돌아온다.

 

 

벌써 아이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다. 하기는 방학이라고 하여도 큰 딸아이는 방학 중에도 단 6일 그것도 방학 시작해서 3일하고 방학이 끝나기 전 3일만 쉬고 계속 학교에 갔다. 그러한 방학이 끝이 나고 개학을 하고 나니 우리 집의 아침 풍경이 달라졌다. 방학 중에는 그래도 아침에 여유가 있었는데 개학을 하고 나니 그 여유가 어디에 갔는지 아침 풍경이 빨리 빨리로 바뀌었다.

 

 중학생 때만해도 저녁 8시 이후에는 물 한모금도 살이 찐다고 마시지 않던 큰딸아이가 저녁 10시 20분쯤 학교에서 돌아와 허기진 배를 위해 허겁지겁 이런저런 음식을 먹으며 달랜다. 그렇게 먹고 나서 끄떡 끄떡 졸면서 책상에 앉아 책을 보다 늦은 시간 잠이 들었으면서도 아침 5시에 자신이 맞추어 놓은 알람 음악 소리에 일어나 씻는 동안 아내는 손수 과일 믹서에 갈아서 과일주스 만들고 간단한 먹을거리 쟁반에 챙겨서 책상머리에 가져다 놓아 주면 큰 딸아이 앉아 먹으며 책을 보면서 그 바쁘고 바쁜 아침의 짧은 시간도 쪼개어 쓰면서 아침시간을 보내고 7시 40분에 식구들 중에 제일 먼저 손 흔들며 안녕 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집을 나서서 학교에 간다.

 

 큰 딸아이와 같이 5시에 일어난 아내는 큰아이 아침차려주고 나서 씻고 나서 큰 딸아이 먹은 그릇 씻으며 다시 식탁에 나를 위해 아침을 차린다. 식탁에 아침을 차려놓고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새벽녘에 잠들은 작은 딸, 자신이 맞추어 놓은 알람에도 못 일어나니 아내가 깨우고 나서 자신의 출근준비를 바삐 서둘러서 한다.

 

 작은 딸이 비시시 눈비비고 일어나 세면장에 들어가면 그 시간 나는 혼자 아침을 먹고 있다. 내 다 먹고 나면 작은 딸아이 식탁으로 와서는 차려놓은 밥상 보고는 입맛이 없는지 과일 몇 쪽과 우유 한잔마시고 서둘러 등교준비를 한다.

 

 작은 딸아이 한참 등교준비를 할 때면 집사람“먼저가요, 지 학교 잘 다녀와라”는 한마디 남기고 두 번째로 문을 밀고 직장으로 간다. 아침 먹다 집사람 배웅하고 남은 식사하고는 반찬그릇 뚜껑 닫아 냉장고에 넣고 행주로 식탁 닦고는 내 먹은 그릇 설거지 하고 나서 손 씻고 옷 갈아입고 세 번째로 문 밀고 나서며 매일 똑같은 소리를 한다. “지, 아빠 먼저 내려간다. 문 잘 잠그고 내려와라.”

 

주차장에서 시동을 켜놓은 채 작은 딸아이 기다리다. 작은 딸아이 태워서 학교 시간에 맞추어 학교 근처에 내려주고 나면 그렇게도 바쁘게 서둘렀던 시간은 지나고 한숨 돌리며 여유롭게 일직선으로 포장된 도로로 차를 몰면서 매연이 아닌 산속의 상큼한 공기를 코로들이 마시며 눈으로는 차 앞 유리창에 비치어 지는 먼데 푸른 산의 싱그러움과 그 산위의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 풍경을, 두 귀로는 라디오에서 은은히 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산속으로 새로 뚫린 아직은 한적한 신설 도로로 한가한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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