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참,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心田農夫 2010. 4. 20. 17:35

방금 책을 한 권 주문하고 결제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사실 전에는 지금 보다 수입이 더 나았음에도

걱정에 걱정을 하느라고 마음이 편치를 않았다.

나의 나이 그리고 딸아이들의 나이

딸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쯤 나의 나이는------,

 

한참 돈이 들어갈 시점에 나는 은퇴하게 될 것이고

은퇴는 곧 수입원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니,

밤에 잠을 자다가고 문뜩 깨어나 한 밤중에 한숨을 쉬기도 하고

그러다 잠을 들지 못하기도 했던 적이 참으로 많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뜩 이런 말이 떠올랐다.

옛 어른들 말씀이,

“자식은 다 저마다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

“산 입에 거미줄 치겠나.”

그래 속담처럼 내가 걱정을 한다고 무엇 하나 달라질 것은 없다.

지금 나는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최선을 다하고 난 뒤, 그 다음에는 신에게, 운명에게 맡기는 것이지,

 

“일상생활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살아 있고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이 함께하면 삶 그대로가 기도요 예배하는 것이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어부가 고기 낚을 때에도

하느님 아버지께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그대로가 기도요 예배인 것이다.”

 

다석 유 영모 선생님께서도

열심히 산다는 것 그것이 기도요 예배라 하지 않았던가.

 

나는 나의 직업을 천직이라 생각을 한다.

장사라는 것을 처음 시작을 할 때도,

IMF 기점으로 그 후부터 점점 더 수입이 줄어들 때도

나는 나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최선을 다할 뿐 걱정을 하지 않는다.

고민하고 번민하고 걱정을 해보아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기다릴 뿐인 것이다.

 

요즈음처럼 경기가 어렵다보니

오늘같이 25,000원이나 하는 책을 선뜻 주문한다는 것

(10% 활인 받아 실제 지불은 22,500원을 했다.)

사실 그리 쉽지는 않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 책 한권 구입하면서

무슨 행복이 있을까 생각을 할 수도 있으리라.

내 20대 때 책 한권 살돈이 없어 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사기가 쉽지를 않았다.

 

지금은 경영난으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래도 한 때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컸던 서점

‘종로서적’ 그곳에 들려서 책을 들고 정가를 보고는

슬그머니 제자리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 당시는 노래를 담은 LP판이나

테이프도 복제품이 있던 시절이고

책 역시 복사본(해적판이라 불렸다)이 많이 나돌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저작권에 대한 법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복사본을 찍어냈다가는 벌금에 구속까지의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 시절에는 참으로 그런 책들이 많이 있었고

길거리에서 쉽게 구입을 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물론 책값은 정식으로 출판된 책보다 훨씬 저렴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것이 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책을 수북이 쌓아 놓은 리어카 장사를 보고

발길을 멈추고 무심히 뒤지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발견하고 주머니를 털어 샀던

그 기쁨, 아마 지금 젊은 사람들은 모르리라.

 

그 옛날 복사본을 사던 시절을 생각하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내가 객지생활을 하면서 보고 싶은 책이 있어

시내에 있는 서점까지 가보아도 없어서 주문을 해 놓고

며칠을 기다려야 했던 그 시절,

그러다 너무 답답하여 서울의 후배에게 책명을 불러주고

사서 보내라고 하며 후배를 괴롭히며(?) 보던 때도 있었다.

 

그런 시절을 살아온 나로서는

오늘처럼 가만히 앉아서 책을 주문하고

그 책값을 폰뱅킹으로 지불을 하고 책이 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 아니하겠는가.

 

그것도 새로운 책이 나오면 나의 메일로 알려주니

메일을 열어보고 내 보고 싶으면 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하면 되니

참으로 좋지 않은가

 

그렇다고 무조건 문명의 발전, 문명의 이기(利器)가

다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분명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파괴를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편 직접 서점에 나가 푸푸한 책장을 넘기는 그 맛,

책장을 넘기면 폴폴 나는 인쇄냄새를 맡으며

내용을 살펴보면서 읽고 싶은 책이다.

결정을 하고 구입하는 또 다른 기쁨은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오늘은 책을 주문하면서 갑자기 편리함을 느꼈고

너무도 가난하던 시절을 살아왔던 사람으로

다름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도 작은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아마 내일 쯤, 아니면 모래쯤이면

얼굴을 모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 만나게 될 사람들은 자그마치 39분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사상을 공유도 하고 배척도 하면서

새로운 사상에 접하게 되리라. 기다려진다.

 

그 기다림조차 나에게는 행복이다.

나는 복 받는 사람이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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