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회초리로 맞고만 싶다

心田農夫 2010. 5. 1. 16:04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지,

계절의 여왕이라 그런지

오월의 첫날,

어찌도 화창한지 훌쩍 떠나고픈 날이다.

 

올봄은

수시로 바람이 불지 않나,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오지를 않나

계절을 착각한 것일까?

봄인데 눈과 우박이 오지를 않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를 않나

봄이 아닌 겨울 같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모처럼 따사롭고 화창한 날이다.

이렇게도 따사롭고 화창한 날은 올 봄 들어 처음 맞이한다.

 

이 화창한 오월의 첫날

어느 칠순잔치를 다녀오는 길

차 안에서 나는 울고 있다.

눈으로 우는 것이 아니라

나 홀로 마음으로 울고 있다,

마음속으로 회한(悔恨)의 눈물을 주울 줄 흘리고 있다.

 

살아가면서

칠순잔치, 팔순잔치는 아니 가고 싶어도

아니 갈 수 없기에 다녀오면서

나는 늘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고는 한다.

 

남의 부보님들 잔칫상을 받아놓고

웃으시며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식들 부모님께 건강하시라고

한 잔술 따라서 공손히 올리며

길러주신 은혜에 감사의 절을 올리는 그 순간을 볼라치면

 

 

왜? 나는 왜?

저들처럼 그러지를 못하였을까?

나는 왜?

아버님의 고희연(古稀宴)도,

팔순잔치도 해 드리지 못했을까?

때늦은 후회에 후회를 하고는 한다.

 

잔칫상하나 차리지 못 할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요.

아버님과 멀리 떨어져 살았던 것도 아닌데

고희연도, 팔순잔치도 하지 못하고 그냥 보내야 했다.

 

어느 날 어느 팔순잔치에 다녀 돌아오면서

아! 아버지의 팔순잔치를 못 해드렸구나

어찌도 그리 무심하게 살아왔을까,

후회가 되었고 다가오는 구십 생신날에는

내 반드시 졸수연(卒壽宴)을 해 드리리다. 마음먹었는데

 

건강하시던 아버님 구십을 삼년 남기고서

저 세상 당신의 거처로 떠나가시고 말았다.

오늘처럼 어른들의 잔치에 다녀 올 때마다

때늦은 후회를 하면서 오늘도 나는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오늘 같은 날은 회초리로 맞고만 싶어진다.

회초리라도 들고 잘못을 지적하며 때려줄 아버지가 있었으면

종아리 걷어붙이고 얼마라도 맞겠다면, ―-

 

아버지, 당신 살아생전에

자식들에게 회초리 한 번 드신 적이 없으시다.

특히 늦둥이 막내에겐 무한한 사랑은 주셨지만

어떠한 잘못을 해도 단 한 번도 나무라거나 때리신 적이 없다.

 

가정의 달,

오월 첫날에

아버지가 그립고 미치도록 보고 싶어

아버지! 하고 메아리 없는 허공에 사무친 한을 풀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