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그대 이름은 주부

心田農夫 2010. 7. 28. 12:34

차에서 내리면서 나보고 내리지 말고 빨리 가란다.

큰아이 밥 차려 줘야 먹고 학교에 가니 내리지 말고 그냥 가라고 한다.

 

월요일 아침, 이곳에서 서울 가는 첫 고속버스가 06시에 있다.

아내는 그것을 타고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검진을 하려 출발한다.

 

작년에 온 집안을 놀라게 했던 아내에게 찾아온 병

걱정 속에 서울에서 재검진을 하고 전문의와 상담을 하고

상담 전문의사의 말이 수술을 하면 괜찮다고 하여

수술날짜를 잡고 내려 왔다 수술 예약 날짜에 맞추어

서울에가 입원하고 수술을 위한 검사, 수술, 수술회복기를 거쳐 퇴원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들이 벌써 일 년 전으로 시간은 흘렀다.

 

이번에 검진은 차도가 있는지 혹시 재발을 한 것은 아닌지,

수술 후의 결과에 대한 검진하는 것이다.

이틀간의 정밀검진을 하고서 다시 이틀 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결과에 따라서 아내의 서울 일정이 결정된다.

 

올라가면서 입원을 생각하고 모든 준비를 하여 가기는 했는데

같이 가야 함에도 이곳에 사정으로 함께하지를 못하고

아내만 보내자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 일단 아내를 보내면서 입원을 하게 되면 올라가겠노라

하고 보내면서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며 기도를 해본다.

보내는 마음이 이리도 저린데

본인 혼자서 가야 하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도 내색하나 없이 자신이 집을 비우는 동안

딸아이들과 보내야 하는 날들을 위해서

올라가기 전 날인 일요일에 마트로 시장으로 다니면서

이런 저런 반찬들을 준비하여 놓았다.

 

그리고는 저녁을 먹으면서

냉동실에 한번 먹을 만큼씩 비닐에 고기를 넣어 두었으니

저녁에 냉장실로 옮겨 녹여서 해 먹으면 된다고 하고

물김치는 김치냉장고 오른 쪽에 있으니 꺼내어

국자로 퍼 덜어먹고,

 

왼쪽에는 김치가 있으니 일회용

비닐장갑 주방 싱크대 서랍에서 꺼내어 끼고

김치를 꺼내어 썰어서 작은 용기에 담아서 먹으면 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매일 버리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니 바로바로 버리고

여름이라 땀에 젖은 옷도 그냘 그날 세탁기 돌려 빨아야한다고 하고

저녁 먹는 내내 이런 저런 일들을 쉼 없이 이야기 한다.

 

알았어. 남아 있는 사람들 밥 굶지 않게 내 알아서 잘 할 테니,

당신은 당신 몸 생각이나 해, 라고 말해도

아내의 살가운 걱정이 이어진다.

 

그만해 이 사람아, 내가 다른 남자들처럼 음식을 못하나

빨래를 못하나, 웬만한 주부들 보다야 내가 나지 않아

그러니 당신이나 마음 단단히 먹고 당신 몸조리 할 생각해

하면서 말을 막았다.

 

역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

우리들의 아내들은, 프로정신을 가진 주부들이다.

 

자신들 걱정보다는 남편걱정, 자식걱정에

여행한번 마음대로 못하며 지내는 것도 속상할 텐데

이렇게 자신의 몸이 병들어 아파서 병원에 가면서까지

남편에 아이들에. 식구들 걱정이 앞선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동안 아내에게 더 살갑게 대하여 주지 못하고

평소에 집안일들 함께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아내여, 역시 당신은 우리들의 주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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