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인간이여, 그대들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心田農夫 2010. 8. 6. 16:28

이유 있는 항변

 

                                벽  석

 

인간이여!

그대들은

너무도 이기적이지 않은가?

 

너희가 더우면

나라고 안 더운가.

더운 것은 인간인 너희와 내가 다름이 없단 말이다.

 

태양의 빛이

인간인 너희에게 무덥게 비추이고

우리에게는 시원하게 비추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시원하길 원하는 너희들처럼

나도 시원하고 싶다, 인간이여!

 

왜?

너희의 더위를

나에게 무작정 떠넘기는가.

 

인간이여!

너희 인간이란 동물들은

너무 잔인하고 매우 이기적이지 않은 가?

 

나는 너희가 내게

떠넘기는 무더위를 대신 안고

내려 쬐는 태양빛을 알몸으로 받으며

이렇게 윙 윙 소리 내며 설게 설게 울고 있는데

 

너희 인간은

내게 더위의 고통을 안기는 대신

시원한 실내에서 안락하게 지내고 있으니

 

내 어찌

그대들, 인간을

이기적인 동물이라 말하지 않으리오.

 

 

27913

 

 

연일 무더위가 극성이라

아침부터 에어컨을 들들 볶는다.

 

인간의 노동한계가 8시간이라 하였던가?

그런데 나의 직장근무시간은 12시간이다.

 

내가 12시간을 근무하다 보니 따라서

내 주변의 기기들도 그 기능에 따라

하루 10~12시간을 나와 같이 한다.

그 기기중 하나인 에어컨도 역시 마찬가지다.

 

점포의 뒤 문은 주창으로 나있다.

그 점포의 뒤 문 바로 옆의 한자리에

에어컨의 실외기가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점심을 먹고 실외기 옆으로 지나는데,

윙윙 소리를 내면 빠른 속도로 돌아가며

높은 열기를 한정 없이 밖으로 쏟아 내고 있었다.

 

그 에어컨 실외기를 잠시 보고 있노라니

말 할 수 없고 말 못하는 기계이지만

너무도 가없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가전체소설

‘죽부인전.’ ‘국선생전’등을 배워서일까?

 

말 할 수 없고, 말 못하는

기기에 불과한 에어컨 실외기

 

태양이 내려 쬐는 마당 한 구석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서있는 실외기의 모습은

알몸을 한없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보였고

 

윙윙 돌아가는 소리는 설게 우는 소리로 들리고

휙휙 쏟아내는 더운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는

살다 살다 삶에 지쳐서내는 절규의 탄식 소리로 들렸다.

 

태양빛이 뜨겁게 내려쬐는 한낮 시간에

가던 걸음 잠시 멈추어 서서 한동안

그 에어컨 실외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너무도 가엾고 불쌍한 모습으로 나의 눈에 비쳐졌고

한편 기계를 혹사시키는 인간은 이기적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에어컨 실외기를 의인화 시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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