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자연스럽게 떠오른 문장

心田農夫 2010. 7. 30. 19:02

간간히 결혼을 앞둔 젊은 연인이나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새내기 냄새 폴폴 나는 신혼부부들도 온다.

 

그저께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리더니,

오후로 넘어가면서 가냘프던 이슬비도 멈추고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모여 있어서인지 습도는 높고

온도는 올라가 불쾌감을 느끼게 히는 날씨가 이어지더니

 

점심시간 두어 시간 지났을까?

낮게 모여 있던 구름이 검게 변하더니

세찬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빗속에 눈이 띠는 노란색의 커플 티를 입은

신혼부부인 듯 보이는 두 사람이 비를 피해 들어왔다.

 

소파에 앉아서 이런 저런 주고받는 말과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을 곁눈으로 보고 있노라니

왠지 내가, 조금은 부끄럽고, 한편 나도 저런 나이가 있었는데

왜 나는 저렇게 재미있게(?) 그 젊은 시절을 보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젊은 신혼부부가 가고 나서

저렇게 알콩달콩 나누는 사랑이 은빛머리가 되도록

사랑을 계속 나면서 살아갈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그런데 요즈음 저렇게 좋아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그 넘치는 사랑은 간곳이 없고

서로를 미워하는 것은 왜일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고,

그러다, 사랑의 항체가 없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것은

이 명화님의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또 올라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라는

이 명화님의 책을 꺼내어 다시 한 번 다시 읽어본다.

다시 보아도 참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옮겨 적어 본다.

나의 블러그를 들러주시는 분들과 함께 하여도 좋을 듯 하여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

 

 

〡작품해설〡

 

따스한 가슴으로 세상 끌어안기,

그리고 절대 신앙의 글쓰기

 

 

하이데거는 게오르크 트라클의 시

「겨울날 저녁」을 분석하는 자리에서

“시인은 시를 쓰는 가운데 자기의 현존에서

있음직한 현존하는 것을 눈앞에 뚜렷하게 내보이게 된다.“ 고

말한 바 있다.

 

하이데거의 말 중

‘시’를 ‘수필’로 바꾼다면

이명화의 수필이 바로 그와 같지 않겠는가.

 

수필가는 수필을 쓰는 가운데

자기의 현존에서 있음직한 현존하는 것을

눈앞에 뚜렷하게 내보이게 된다.

 

시처럼 “언어는 말한다(Die Sprache spricht)"는

 명제에 충실하고자 하는 이명화의 수필은

그래서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념 언어를 좇아서 사색한다는 것은

따라서 언어가 말하는 바에 맞장구를 치라는 뜻의

하이데거식 사색적 이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시인이면서

좋은 수필을 많이 읽어왔지만

특히 이명화의 수필이 가슴을 저리게 하는 이유는

시적 언어의 감수성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든가

 

한때는 고통의 삶을 살았으면서도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을 끌어안으면서

오직 흔들리지 않는 절대 신앙으로

글쓰기에 매진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은 아닐까?

 

                                                                (시인 허 형만 목포대 교수의 작품해설 중에서 일부)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

 

 

삶이 곧 사랑이고

사랑이 곧 삶이라면

매순간 고난도의 곡에를 하듯 사랑해야 하고,

우리는 죽은 날까지 장미의 전쟁을 치러야만 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나와 대상의 의지적 성장을 위해 공동의 과제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행위다.

 

인류를 구하려면

그만큼 건강한 항체가 필요하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가슴앓이를 견디다 못해 목숨까지 버려야 했던

아픈 사랑도 있지만,

 

어지러운 세상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기고,

소리 없이 피는 인내의 꽃도 있다.

 

그러기에 항체가 약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한 치 앞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사랑을 하려면

적당한 훈련과 기술이 전제되어야한다.

 

사랑은 결코 집착해서는 안 되고

지나치게 몰입하면 도리어 화를 부를 수 있다.

 

사랑을 하려면 몰입하되 주변까지도

두루 살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진실로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아야

비어 있는 시간을 자유롭게 채울 수 있다.

 

 

 재생되지 않는 사랑은

불꽃잔치가 끝난 불나비처럼

가슴에 비애만 남는다.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사랑은

생명을 잉태하지 못한다.

 

지금을 사랑하고 미래를 꿈꾸는 사람만이

다가올 희망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현실은 가혹해도 사랑을 아는 자만이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은 가지가 많아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항체가 강할수록 멀리까지 향기를 날린다.

 

사랑의 무게 역시

측량할 길이 없지만,

 

혹독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 안에 감추어진

원석을 세공하여

희생과 눈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일이다.

 

한때 정열을 불태웠던 사랑도

더 이상의 의미를 생산하지 못하면

절름발이가 되고 만다.

 

성장이 멈춘 사랑은

겨울날 타고 남은 연탄재처럼

길거리에 버려지고 말 것이다.

 

 

가끔은 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가슴앓이도 하고,

광풍처럼 다가와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겠지만

 

사랑은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내면의 수련과정이다.

 

이렇듯 사랑은

인류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아픔과 고통을 통해서 탄생되고,

새로운 면역체계가 강화되는 것이다.

 

 

아픈 상처를 이기지 못해

평생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사랑도 있지만,

사랑은 홀로 피었다 홀로 지는 꽃이 아니다.

 

항체가 강한 사랑은

결코 죽지를 않는다.

날마다 기름진 토양에 새로 집을 짓는다.

 

때로는 기다림에 지쳐서

넘어질 때도 있지만,

사랑만이 묵은 땅에서

세포의 분열을 일으키고

척박한 대지에서 생명의 심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사랑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기쁨은 오직 그 사람의 유산이다.

 

그래서 타인의 삶을 내 잣대로 저울질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때로는 내 눈도 나를 보지 못하는데,

옳지 않은 잣대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인가?

 

어떠한 형태가 되어도 그것이

진정 사랑이라면

사랑은 인내의 꽃을 피운다.

 

 

우리의 삶은

때때로 추락하고

예측치 못한 파편에 맞아 쓰러질 때도 있지만,

평생을 두고 추구해야 할 신념에 충실하면서,

 

이 땅에 태어나 온몸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하나만

제대로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신의 선물을 독차지 한 셈이다.

 

 

아낌없이 주기만 한 사랑이라 해도

지치지 않고,

 

가진 것이 없어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구원에 이르기까지 놓아서는 안 될

자신과의 약속이다.

 

평생 가슴앓이를 할지라도

사랑을 아는 자만이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이야말로 향상을 위한

건강한 몸짓이며

호흡이 있는 날까지 멈출 수 없는 운동이다.

 

누군가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도

속살을 드러내지 않고

단 하나의 희망 때문에 자신의 뼈를 깎는다.

 

사랑은 너를 살리기 위해

나를 태우고,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아끼며,

 

발아되지 않는 나를 태우며

상대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는지를

세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무엇을 얻음으로써

우리의 삶이 완성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은 평생 구축해야 할

마음의 상이다.

 

사랑의 항체가 온전한 사람만이

인류를 구원할 만한

문화의 토양을 만들 수 있다.

 

27912

 

 

 (위의 사진들은 포항의 불꽃축제 사진이다.

지인이 찍은 것을 얻어다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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