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엣 선비의 삶에서 배운다.

心田農夫 2010. 9. 9. 18:36

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조용한 곳에서 홀로 적막하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매일 마주치는 대중들,

그 대중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탓이라 할까?

그래서 대중을 떠나 고즈넉이 홀로 지내보고 싶어도 진다.

 

별반 다름이 없이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서

훌쩍 떠나 적막강산에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민민하게 살아왔던 나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살고픈 나의 꿈은

주어진 이런 저런 삶의 사슬에 묶여서

언제나 마음 속 상상으로 그치고 말고는 한다.

 

회색의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면

삶 속에서 그러한 삶을 살수는 없는가?

그러다 옛 선비의 삶에서 그 어떠한 삶을 산다 해도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서 삶이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50연전에 살았다는 선비 장혼이라 분이

자신의 집 이름을 ‘그만〔而已〕’이라는 뜻이 담겨진

‘이이엄(而已广)’이라 짓고 이렇게 읊었다 한다.

 

“홀로 머물 땐 낡은 거문고를 어루만지고

옛 책을 읽으면서 그 사이에 누웠다가 올려다보면 그만,

마음이 내키면 나가서 산기슭을 걸어 다니면 그만,

흥이 도도해지면 휘파람 불고 노래를 부르면 그만,

배가 고프면 내 밥을 먹으면 그만,

목이 미르면 내 우물의 물을 마시면 그만,

추위와 더위에 따라 내 옷을 입으면 그만.

해가지면 내 집에서 쉬면 그만이다.

비 오는 아침과 눈 내리는 낮, 저녁의 석양과 새벽의 달빛,

이토록 그윽한 삶의 신선 같은 정취를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말해 주기 어렵고,

말해 주어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 할 뿐이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돌아보니

변화가 없이 살아 왔다고 생각 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잘못된 생각이었나. 느끼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삶에 정혼선비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름대로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니 어쩌면 250여전의 장혼선비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가지고 장혼선비처럼

‘그만’이라 생각한다면 이 또한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어디에서, 그 어떠한 삶을 산다하여도

고마운 마음 가지고 주어진 삶을 받아드린다면

이 또한 행복한 삶이라는 것 오늘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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