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한라산 기행-2

心田農夫 2011. 2. 5. 18:12

 

작은 깨달음

 

 

오름을 거부하는 것인지

오름을 반겨주는 것인지

 

 

하얀 눈

바람에 실려 얼굴에 부딪칠 때마다

한발 한발 옮기기 쉽지만 않았으나

앞줄 따라 한발 한발 딛고 옮기며

가면 갈수록 오르면 오를수록

천지는 온통 하야고 하얀 눈꽃이 만발이다.

 

 

오르던 길 잠시 멈추어

넋 놓고 설경 바라보며 있노라니,

황홀감이 가슴을 설레게 하더니

이내 마음에 살포시 작은 깨달음이 인다.

 

 

보는 이는 아름다움일지라도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묵묵히

가지로, 줄기로, 온몸으로 맞아드리는

저, 저 나무들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섭리를 다소곳 겸허히 받아드린다.

 

 

가지며, 줄기로

새록새록 내려앉아 쌓여가는 눈의 결정을

가지로 줄기로 온몸으로 받쳐 들고 서있는 모습

나의 눈으로는

눈꽃이요 아름다움이요 황홀한 전율이지만

나무 자신

그 무게를 꾹꾹 눌러 참으며 감내한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고통의 인내를 필요로 하는 걸까

 

 

말없이 찾아든 하늘의 객

다소곳이 보듬어 안지만

견디기 만만치 않았음인가

하늘로 향해 활짝 쳐들을 가지를

축축 느려 트리고 서있는 그 모습에

애잔하면서도 의연한 그 자태 보노라니

나는 왜 이리도 부끄러워지는 것일까

 

 

사노라면 밀려오는

작디작은 세파조차 견디지 못하고

성내고 화내고 억울해하며 몸부림치는

나약하기만 하던 나의 모습이

초라하기도 하고 심히 부끄럽기만 하다.

 

 

자연에 순응하면 겸허히 섭리를 받아드리는

때 묻지 않은 나무들의 깨끗하고 순수한 모습에

숙연해지며 시나브로 작아져가는 자신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