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또 한 번의 나의 실수

心田農夫 2010. 10. 11. 15:15

딸아이 시험기간이라 밤을 낮같이 시험공부를 한다. 딸아이 잠을 잘 시간에 공부를 하다 보니 잠이란 놈이 가만 두지를 않는다.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을 하다보면 심술궂게도 잠이란 놈이 찾아와 두 눈을 억지로 감기게 하고 머리는 밑으로 숙이게 한다. 딸아이의 의지를 무시한 채, 그래서 딸아이 부탁을 한다. “아빠, 나 잠들면 깨워주세요.”그래서 요즈음 야간근무를 하고 있다.

 

삼십분마다 딸아이 방문 밖에서“딸 자냐?”하면 “아니”하면 다시 내 공부방으로 돌아오고 대답이 없으면 들어가 살포시 깨워준다. 그러기를 새벽녘까지 한다. 어제 밤에도 새벽 4시 30분에 가서 물으니 “아니,”하고는 “아빠, 나 조금 더 할 테니 먼저 주무세요.”한다. 그래서 “너무 늦었으니 조금 만 더 하고 바로 자라”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 아침인데도 무척이나 피곤하다.

 

그렇게 밤을 새우려고 하니 책도 보고 책을 보다 졸리면 TV를 켜고 시청을 한다. 어제도 이쪽저쪽 채널을 돌리다 보니 국회 국정감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에 보게 되었는데, 한 국회의원이 자신 책상 앞에 배추, 양배추, 무를 가져다 놓고 있다가 질문을 할 차례가 되어 배추를 손에 들고 답변석에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문을 한다. “장관께서는 이 배추의 가격이 얼마나 하는 줄 아십니까?”장관나리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뒤로 돌리면서 기획재정부 부하직원들을 보면서 두리번두리번하며 “답변 자료를 찾고 있습니다.”한다.

 

자료가 없어서 답변을 못한다는 장관에게이배추가 15,000원 짜리입니다. 그런데 자료가 없어 답변을 못합니까? 배추 값도 자료가 있어야 답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그랬더니 장관나리 화를 내면서 왈 “의원께서 질의서를 제출하여 주지 않았으니 직원들이 답변서를 만들지 못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 의원님의 질문 차례도 아니지 않습니까.” 한다. 그 말 듣고 있던 그 위원회 의장께서도 답답하였던지 한마디 거든다.장관께서 답변을 하려고 나오면서 질문 순서가 바뀐 것도 모르고 나왔단 말입니까?”결국 장관나리 핑계를 말하다가 한 번 더 질책을 당하고 말았다.

 

장관이 아무리 임명직 공무원이라고 하고, 아무리 장관의 업무가 바쁘다 하더라도 신문도 안보고, TV도 안보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귀 동냥도 안하는가 보다. 그리고 모르기는 몰라도 국무회의라는 것도 했을 텐데, 거기서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을 법한데, 그리고 그 의견이 의결 되어서 중국산배추를 수입하는 것이 아닌가?

 

장관도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던가. 궁지에 몰린 장관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배추 값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화를 내면서 질의서를 주지 않아서 답변서를 준비 못했다. 질문 순서가 바뀐 것을 몰랐다. 내가 답변을 못하는 것은 내 탓이 아니고 네 탓 때문이다 라며 화를 내며 옹졸한 말을 해야 하는가.

 

위트라는 것도 있고 응기웅변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의원님 백화점에서 사셨습니까, 마트에서 사셨습니까? 아니면 재래시장에서 사셨습니까? 파는 곳마다 각각 가격에 차이가 있어서 정확한 금액이야 모르겠지만, 요즈음 국민들이 배추 값이 비싸 매우 힘이 든다고 하던데, 그 문제에 대하여 상세히 알아보고 앞으로 좀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라든지 그 외에도 얼마든지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고, 보는 국민들 맘 상하지 않게 하면서 그 궁지를 벗어 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국회에서 하는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할 질문에 대한 이런 저런 질문을 할 것이라고 국회에서 사전에 질의서를 해당부서에 보내고 그 질의서를 보고 담당부서의 직원들이 답변서를 작성하고 장관은 그 답변서를 줄줄 읽으면 되는 그런 국정감사 누구를 위해 하나 모르겠다.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한 답변을 한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장관이라고 생활 속에 있는 수많은 물건 값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 탓은 뒷전이요, 남의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곧 김장철이 다가 올 것이고 그것 때문에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하여 온다고 하는 판에 어찌 그리 몰라도 모르실 수가 있으신지. 분명히 대한민국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하던데, 혹시 다른 나라의 장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내가 잘못 보고 잘못 들었나?

입만 열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 중상층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알아야 면장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서민경제를 살리려면 서민들의 삶을 알아야 하고 중산층을 위하 정책을 펴겠다고 하면 중산층을 알아야 중산층에 필요한 정책을 펴지,

 

대한민국 서민들의 부식의 1위인 김치, 그 김치의 원료인 배추 값도 모르는 장관님께서 어떻게 서민의 위한,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편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장관도 알아야 장관이지 아무리 임명직 장관이요, 임명된 공무원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닐는지,

 

혹시 그 장관님 ‘피터의 원리’를 증명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내가 알기엔 정부부처의 수장인 장관들이 ‘피터의 범칙’에 걸려들지 말라고 ‘장관 매뉴얼’이라는 것도 있다하던데, 기획재정부 장관께서는 그것조차 알고 싶지 않았나보다. 몰라도, 장관 매뉴얼을 안 보아도 장관은 임명직이니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아니, 그 누가 무어라 한들, 임명권자가 임명하면 장관이 되는 것 아니던가.

 

정치에 관한 것을 보지도 듣지도 않겠다고 하면서도 한밤중에 괜히 보았던 TV 때문에 스트레스 쌓이고 혈압만 올라갔다. 누구 탓하리요. 내 탓이요, 또 한 번 나의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