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량 산
碧 石
온갖 회색 번뇌에 찌든 인간이
삭막하기만한 회색도시 뒤로 하고
깊고 깊은 계곡 맑은 물에 몸 씻고
회색번뇌 담긴 마음 청정공기로 닦아내려
신선의 허락도 아니 받고 무작정 찾아든 청량산
일주문 위 우뚝 선 장엄한 봉우리
대장부모습 하늘 문 지키는 장군이런가.
그 모습 하도 웅장하고 비범하여
굽이굽이 산악 길 돌고 돌아
숨이 턱에 차 가뿐 숨 몰아쉬며
오르고 오르던 청량산
푸르디푸른 낙락장송
축축 늘어진 가지가지는 쪽빛하늘 받쳐 이고 서있고
천 길 낭떠러지 자리한 고고한 기암괴석 자태
통나무 빈속 빌리고 기와의 수로 따라 졸졸 흐는 물
전설이 전하여 들려주던 그대로 일세
아, 청량산
천년세월 오롯이 자리한 기암괴석
세월흐름 잊고 늘어진 가지의 낙락장송
끊어질 듯 이어지는 굽이굽이 맑은 물 졸졸졸
그 누구의 작품이런가.
인간 세상 아닌 듯하니
인간의 솜씨는 정녕아니리라
태고 숨결 찾았던 옛 선인들의 발자취
그 흔적 보이지 않더라만 서도
퇴계 이황 도를 이루던 숨결
통나무 관 따라 졸졸 흐르는 물소리인양
바람결에 들리는 듯하고
서성 김생의 화선지에 담았던 묵향은
산들산들 잎새에 실려 은은히 살아나는 듯
세월은 흐르고 흘러서
옛 선인들 마주 만날 수 없다한들
끊이지 않는 전설 속에 숨 쉬는 선인들
도도한 그 기상의 숨길은 느껴지더이다.
아, 청량산
열두 봉우리 신선들
흰 수염 날리며 거닐던 구름다리
회색 물에 찌든 인간 마다않고 받아주니
흔들흔들 흔들다리 흔들리며 건너다 바라본 풍경
아, 청량산
이곳이 바로 사바세계가 아니런가.
'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보러 가는 길가에 (0) | 2010.11.09 |
---|---|
청량산 기행-3. 선객마음 내마음 (0) | 2010.10.15 |
청량산 기행-1. 반갑게 반겨주었네 (0) | 2010.10.13 |
또 한 번의 나의 실수 (0) | 2010.10.11 |
아름다운 마음이 전해준 산의 정기 (0) | 2010.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