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아련하지만, 아름다웠던 추억

心田農夫 2010. 11. 16. 11:09

 

 

가을하면 단풍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 있다. 덕수궁, 가을국전, 그리고 국화전시회이다. 예전에는 국전을 봄 국전 가을국전으로 나누어 실시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덕수궁하면 돌담길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그러나 나에게는 덕수궁의 돌담길도 떠오르지만, 석조전 안의 공간에 전시된 동양화, 사양화, 서예작품, 등등,

 

 

전국에서 출품된 그 많은 작품 중에서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서 선정된 작품들을 전시회 놓은 것을 구경하고 나와서 덕수궁 뜰 안에 전시된 여러 품종의 색색의 국화꽃들을 감상하는 맛 또한 일품이었다.

 

 

소국은 소국의 앙증맞은 멋이 있고 현애는 현애대로 축축 늘어진 모습이 나름의 운치가 있었고, 대국은 대국의 풍성함이라할까 커다란 꽃들이 자신의 무게를 못 견뎌 지지대를 의지하여 자태를 뽐내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국화꽃전시회를 매년 하던 곳은 유일하게 덕수궁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금이야 화원들이 많아 언제든지 가면 국화를 비롯하여 장미, 안개꽃 등을 여러 가지 꽃들을 볼 수 있고 살수도 있겠지만,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이었던 때라 그렇게 많은 꽃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던 곳이 그곳이 유일하지 않았었나 생각되는 것이다.

 

 

국화도 피는 시기에 따라 여름에 피는 하국(夏菊)이 있고 겨울에 피는 동국(冬菊)도 있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궁궐의 안뜰에서 호젓한 자태로 피어있는 추국(秋菊)이 제멋이 아니겠는가? 거기다 동양화, 아니 지금은 한국화라 한다지, 먹으로 그린 그 섬세한 산수화 보고 서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다양한 서체의 붓글씨들을 접하면서 더불어 사군자의 하나인 국화, 그것도 추국이 주는 멋들어짐은 세상의 세파를 잊고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했었다.

 

 

지난주에 교회 어른들이 창원에서 있었던 국화전시회에 다여 오셨는가 보다. 어른들이 찍으신 국화사진을 보면서 아련하지만 그 때의 덕수궁에 있었던 가을 국전과 국화전시회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더듬으면서 몇 가지 국화꽃 사진을 올려본다.

 

 

 

 

 

 

 

 

 

 

 

국화 옆에서

 

 

                        서 정 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들 국

 

 

                   碧  石

 

 

그리움 젖은

애잔한 얼굴

한들한들 흔들며

 

 

오고가는 나그네

발길 멈추게 하고

수줍은 목소리 나직이 물어오네.

 

 

어느 메서 오시냐?

바람 따라 오는 길이라 하니

 

 

다시 한 번 물어오네,

작년 이맘 때 떠나간

 

 

나의 님,

갈잎을 못 보셨나요?

아니 보았다하니,

 

 

길 따라 가시다

나의 님,

갈잎을 보시거든

 

 

다녀오는 길에

소식 전해 달라

 

 

살랑살랑 고개 흔드는,

그리움 젖은 애잔한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