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달력을 넘기며

心田農夫 2010. 12. 1. 10:08

 

달력을 넘기며

 

                         碧  石

 

새로운 한 달

그 앞에 내가 섰다.

그것도 한해의 마지막 달

십이월 첫 날 앞에

 

서녘에 지는

석양의 아름다운 노을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는

서글픔이 먼저 찾아드니

인생 황혼기이기 때문이리라

 

아직 삶에 대해

미처 알지도 못하는데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려야 하는

자연의 순리 앞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걸어왔던 지나온 날들을

시나브로 돌아보며

새로운 한 달

그 첫 날을 시작한다.

 

 

여느 날이나 다름없이 출근을 하여

청소를 하고 나서

한 잔을 커피를 타 들고 책상에 앉으니

 

눈앞 탁상용 달력이

가만히 속삭인다.

‘넘겨주세요.

‘벌써. 너의 날들이 다 떠나갔단 말이더냐?

그렇구나, 오늘이 십이월의 첫날이구나.’

 

탁상용 달력을 넘기고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의 뒷면을 앞으로 돌려 걸었다.

 

이 달력은 한 면에 석 달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데,

맨 위에 지난달이

가운데 면에는 이달의 날들이 자리하고

그리고 밑에는 다가올 다음 달이 자리하고 있다.

 

어는 분의 아이디어인지

지금 벽에 붙어있는 달력은

여느 달력에 비해 조금 특이하다.

 

어찌 배열을 했는지

어느 한 달은 뒤로 넘기고

그 다음 달에는 넘기는 것이 아니라

뒷면을 앞으로 돌려 걸기만 하면

새로운 달이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적인 달력들의 뒷면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아니한데

이 달력은 특이하게 앞면과 뒷면을 다 활용하게 되어있다.

 

달력을 돌려 걸어놓고

새로운 한 달의 숫자들을 가만히 보노라니

왠지 모를 허전함이라할까?

안개 같은 흐리함이 마음속에 자리한다.

 

다시 책상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손가락 가는 데로 좌판을 두드리다보니.

마음 때문일까

한자 한자 적혀지는 글들이

역시 나이 들어가는 서글픈 푸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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