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다시 돌아보니

心田農夫 2010. 12. 1. 13:08

 

어느 날 아침 내 둘레를 돌아보고 새삼스레 느낀 일인데, 내 둘레에 무엇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다. 차와 책과 음악이 떠올랐다. 마실 차가 있고, 음악이 있고, 듣고 즐기는 음악이 있음에 저절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오두막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하구나 싶었다. 차와 책과 음악 곁에 있어 곁에 있어 내 삶에 생기를 북돋아 주고 나를 녹슬지 않게 거들어 주고 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법정스님「아름다운 마무리」중에서

 

 

 

 

12월 첫날 달력을 넘기다. 갑자기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우울한 기분 달래려고 법정스님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펼치는데 위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가는 세월이 어제오늘의 일이던가. 자연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던가. 그 세월이 가면서 얼굴에 주름이라는 흔적을 남기고 가지만, 세월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세월은 결코 그 흔적을 아무에게나 남기지 않는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겨건만, 아직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울함, 서글픔을 느낀단 말인가. 그것도 모두가 아직도 비우지 못하고 갖고 있는 부질없는 욕망 때문이 아니겠는가?

남들이야 어떻게 보든 주름의 연륜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넘어지기고 하고 때로는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도 하면서 쓰리고 아픈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며 경험으로 얻어진 값진 연륜이 아닌가.

 

법정스님과 같은 차에 대한 취향과 차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미각을 가지지는 못하였으나 한 잔의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언제나 보고 싶은 책아 옆에 있고 아침출근해서 퇴근하는 그 시간까지 조금도 싫증을 말하지 않고 들려주는 라디오의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할 수 있는데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모자라서 서글픔을 느끼고 우울함에게 마음의 자리를 내준단 말인가

 

오면 가고 가면 오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 아니던가. 마음은 나의 마음이건만 지천명을 지나 살아올 만큼 살아왔다는 자가 부질없이 달력 한 장 넘기며 그 한 장의 달력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단 말이냐 심히 부끄러울 일이 아닌가.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짐 히크매트 「진정한 여행」중에서

 

인생은 육십부터라 하지 않던가. 이제 노년의 여행을 시작 할 때가 아니던가. 노년은 지는 해이기는 해도 절대 추한 모습이 아니다. 저무는 해가 서녘을 아름답게 물들이듯이 인생의 노년은 아직 살아보지 아니한 후배들이 겪으면서 아파하는 것들을 노년만이 갖고 있는 연륜에서 얻었던 값진 인생의 황금률을 전해주는 맨토인 것이다.

자! 떠나자. 아직 항해 해보지 않은 저 넓은 바다를 향하여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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