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이 해가 지기 전에, 제발

心田農夫 2010. 12. 30. 18:13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빌 게이츠>

 

 

 

모든 현대인이 다 그렇겠지만, 직장에 있는 시간이 대략 8시간을 근무한다고 보면 하루 24시간이니 하루의 삼분의 일 정도는 직장에서 보내게 되니, 결코 작은 시간이 아닌 것이다.

 

그런 직장인에 비하여 나처럼 장사를 하는 사람은 보통 직장인 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게 된다. 나도 장사를 하다 보니 하루의 절반인 12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야 하고 우리가 빨간 날이라고 하는 공휴일에도 쉬지를 못하고 점포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렇게 말을 하면 어느 손님은 자영업이니 쉬고 싶을 때에 쉴 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고는 한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겠는가. 주문을 하시고 보통 다음 날 오시든지 며칠 후에 오겠다하고 정확한 날을 정하지 않고 가시는 분도 있다. 즉 시간 되는 대로 오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기약 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일이다.

 

평소의 빨간 날인 공휴일은 쉬지를 않지만 매년 크리스마스 날만은 쉬고는 했는데 이번의 크리스마스에는 두 분의 손님이 그날 밖에는 시간이 없다고 크리스마스에 찾아가야 한다고 하여 출근을 하였다. 두 분이 다녀가신 후 오후 1시 40분에 점포 문을 닫고 퇴근을 했다.

 

이렇게 언제 오실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주로 책을 읽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하나 둘 늘기 시작하여 제법 많은 책이 쌓이게 되어 카운터 뒤에 책장에 제법 많은 책이 자리하게 되었다.

 

대다수의 책이라는 것이 한번 보면 다시 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 한 번 읽었던 책들을 처음부터 다시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간간히 참고할 일이 있을 때는 책장에서 책을 뽑아들고 일부를 읽기도 하지만은 전부를 다시 읽은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러나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 책이나 책의 내용이 좋아서 다시 보게 되고 그렇게 두 번 세 번, 수차례 보다 보면 그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게 소중히 아끼는 책이 나에게 몇 권이 있다. 그 중에 하나인 책이 조지훈의 「지조론」이다.

 

얼마 전 조치훈에 대하여 글을 쓰면서 참고하려고 집에서 「지조론」가지고 나와서 보다 카운터에 놓아두었는데 40대 중반의 여자 손님이 몰래 가지고 가고 말았다.

 

처음으로 오신 손님인 그녀 책장에 책을 보더니 빌려달라고 하기에 “오늘 처음 오셨으니 다음에 오시면 그 때 가서 빌려 가셔도 빌려 가세요.” 하였더니, 그녀 왈, 돈을 맡기고 빌려 가겠단다. 그래서 “여기가 도서관도 아니고 돈을 맡기면서 빌려 가실 것 있으십니까. 그냥 사서 보시면 되지요.”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스님이 손님으로 들어오셔서 그분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자신이 빌려달라고 하던 책도 아닌 조지훈의「지조론」을 들고 가버렸다.

 

 그녀가 가고 나서 한참 후에 책을 보려고 보니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옛말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라고 하는 말도 있지만, 너무나 황당하였다.

 

자신이 보고 싶다고 한 책을 가지고 갔다면 그래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전혀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던 책을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가고 말았다. 어떠한 보물보다도 내게는 소중한 책으로 그 책은 나의 손때가 묻어있고 군데군데 책을 읽으며 적어놓은 메모들도 적혀있는데, 거기다가 이제는 구입을 하려고 해도 구입이 불가능한 책이 아니던가?

 

 한 이틀은 무척이나 화도 나고 속이 상하더니 이제는 그저 마음이 허허롭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보고서 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이해가 가기 전에 돌려주지 않을까? 그래서 이해의 마지막 날인 내일까지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 보려고 한다.

 

〇〇〇님, 안 빌려준다는 말에 속상하여 가지고 가셨다면, 그리고 보고 싶은 책이 아니라도 가지고 간 김에 다 보셨다면, 제발 돌려주시면 어떠하실 지요? 제발 이 해가 지기 전에, 제발, 돌려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