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쌀쌀한 겨울 따사로운 정-1

心田農夫 2011. 1. 7. 11:24

 

 

친구를 사귐에는 오로지 정신을 깊이 하는 일 말고는 딴 뜻을 주지 말라.

                                     칼릴 지브란 「예언자」중에서

 

 

좋은 친구란 서로가 빈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사이일 것이다. 서로의 빈 마음에 현재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그런 사이여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선입관념을 가지고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맞은편의 빈 마음에서 메아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 때 비로소 속엣 말을 터놓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는 친구이고 싶은 뿐이지 진정한 친구가 되지 못한다.

                                 법정의「물소리 바람소리」중에서

 

 

 

 

 

이 이야기는 묵은 이야기다. 지난해에 있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묵은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왜 지난 이야기를 이렇게 이야기하는 가하면 방금 택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방금 받은 택배는 밀감농사를 하는 처남이 직접 농사지은 밀감을 보내준 것이다. 택배를 받고 이야기를 쓴다면 당연히 택배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이리라. 그렇다 작년에 받았던 택배에 관한 이야기이다.

 

늘 책을 벗 삼아 살아가다 보니, 어느 때는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의 저자를 만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저자를 만나 차 한 잔 하면서 글이 쓰인 연유와 배경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그러나 어찌 나 같은 촌무지렁이가 책의 저자인 작가를 만다는 것이 언감생심 꿈이라도 꿀 수가 있는 일이겠는가.

 

늘 책을 벗 삼아 살아가고 있지만, 그리고 그 벗을 탄생시킨 저자와 한 번 만나고 싶은 마음이 늘 들곤 하지만 그러한 만남은 생애 다하도록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 왔다. 그런데 그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한분의 작가선생님을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나와 만나지는 모든 만남을 우연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 인(因)과 연(緣)의 법칙에 의하여 만나지는 만남으로 알고 모든 만남을 소중하다 생각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지는 모든 만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 작가분의 만남이 우연찮다고 했지만 그러나 그 또한 인(因)과 연(緣)의 법칙 안에서 만나게 된 것이리라.

 

아직 직접 만나 뵌 것은 아니다. 직접 만나 뵙고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은 심정이지만, 그 분과 내가 자리하여 살고 있는 곳의 거리가 거리인지라 직접 만나 뵙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그분이 내가 자리하여 사는 곳을 방문하여 주시면 만나 뵐 수도 있겠지만, 또 내가 그분이 사시는 곳으로 찾아가면 그 분을 만나 뵐 수도 있고 반가운 정을 나눌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삶의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아 아직 만나 뵙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화라는 인간의 발명품 중에서도 혁신적인 기계를 통하여 먼 거리에 계시는 그 분과 음성으로 만나고 있다. 편리하게도 손가락으로 몇 개의 번호를 누름으로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그 분이 계신 곳으로 나의 목소리를 바로 전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작가와 독자로서 얼굴을 보지 못하지만 서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며 지내오고 있다.

 

그렇게 간간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내왔는데 어느 날 그분이 사시는 곳의 특산물인 쌀을 보내 주셨다. 그 쌀을 받던 날 나는 언젠가 읽었던 글이 생각이 났다. 한평생을 교육자로 살아가신 노 교육자가 쓰신 글인데, 어느 날 선생님 댁으로 쌀이 택배로 배달이 되어 왔는데 보낸 사람의 이름을 선뜻 알 수는 없었단다. 동봉한 편지를 보고야 20년 전의 제자였다는 것을 알았단다.

 

20여 년 전의 제자가 40대의 중년이 되어 살아오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귀농을 하여 농사를 지어 첫 수학한 쌀을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고 보내왔다는 글이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서인지 몰라도 농산물을 받는 이웃들을 보면 왠지 모를 부러움을 갖고 있던 나이기에 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저렇게 쌀을 받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나서 처남이 힘들여 농사지어 보내 주는 밀감을 가만히 앉자 얻어먹고 있다. 매번 그렇게 부처 주는 처남 덕에 이웃에 대한 부러웠던 감정이 이제는 많이 가시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작가선생님께서 귀한 쌀을 보내 주셨다. 물로 직접 농사를 지으신 것은 아니지만, 작가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쌀 선물은 살아오면서 받았던 어떠한 선물보다도 나에게는 큰 감동이었고 훈훈함이었다. 그 쌀 선물에는 선생님의 훈훈 정이 함께 담겨 있어서 겨울의 추위에 무척이나 나약해 쌀쌀한 겨울을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었는데 이번 겨울은 그런 걱정 훌훌 털고 따스하고 포근하게 보내게 되었다.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준 훈훈한 정이 담긴 쌀 선물 때문에 이번 겨울은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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