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心田農夫 2011. 1. 20. 12:28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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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ㆍ도리ㆍ들보ㆍ서까래ㆍ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중에서

 

 

                                                                                                                                                              <포항제철소 전경>

 

 

 

 내 점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미소에 집사람 제자가 근무를 한다. 간간히 찾아와 커피를 한잔하면서 잠시 쉬어가고는 한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워하더니 자주 보게 되어서일까 이제는 그 어색해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나를 대한다. 그러더니 한 번은 혹시 포항 제철소에 아시는 분이 있으세요? 하고 묻는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정미소에서 다른 직종으로 직업전환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미소 작업이라는 것이 추수한 벼를 도정하는 곳이니 트럭에 실려 들어오는 벼 가마를 내리는 작업이고 도정이 끝나면 다시 트럭에 실어야 하는 육체노동이니 얼마나 힘이 들까? 그래서 이직을 희망하는구나 생각을 하면서 포항 제철소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다던데 하였더니, 네, 압니다. 포항 제철소는 들어가기 힘들고 포항제철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포항제철은 협력업체가 많은데 포항제철직원이 부탁을 하면 들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자신의 친구도 그렇게 해서 들어갔다고 말을 한다.

 

그 부탁을 들으며 내 직접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 누군가를 통해서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학교 동기도 있고 후배도 있기는 한데, 글쎄 한 번 알아보기는 하지, 하고는 그래도 부탁을 하려면 무슨 기술이 있는지 학력은 어떻게 되는지, 내가 알아야 부탁을 할 수 있을 테니 실레지만 학력 경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학력은 〇〇종합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특별한 기술은 없다고 한다.

 

그날은 그렇게 이야기 듣고는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 한 두주일쯤 후에 포항제철 다니는 후배가 찾아와 점심을 같이하러 가다가 마침 정미소 옆으로 지나가게 되어 문뜩 생각이 나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점심을 먹으며 후배에게 그 친구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더니,

 

후배 말하기를 협력업체는 일도 힘들고 보수도 얼마 안 되는데 뭐 하러 들어가려고 하냐고 하면서 “형님, 그 사람 덤프트럭 면허가 있는지요?”하고 묻는다. 왜? 덤프트럭 면허가 있으면 취직자리 알아봐 줄 수 있는가 했더니, 마침 덤프트럭기사가 한 달쯤 있으면 정년의 나이가 되어 정년퇴직을 하는데 아직 후임자를 정하지 못했단다.

 

한 2년 전인가 점포에 왔을 때, 덤프트럭 면허취득하기위해서 지금 학원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후배에게 그 친구 덤프면허 있을 거야 했더니, 형님 그럼 그것부터 알아보고 전화 주세요. 한다. 후배와 헤어지면서 야, 내가 누구의 부탁도 다 들어주고 참 좋은 일 하게 되었다 기쁜 마음에 점포에 오자마자 집사람 제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받지를 않는다. 아마 낯선 전화라 받지를 않는구나 생각을 하고는 정미소로 찾아가 볼까하다 일을 하느라 그러지를 못했다.

 

한 일주일 후쯤 지나서 집사람 제자가 커피 한잔주세요 하면서 들어서기에 사람이 무슨 부탁을 하면은 신경을 쓰고 낯선 번호의 전화가 와도 전화를 받아야지 했더니, 멀쑥한 표정으로 언제 전화하셨어요. 한다. 그건 그렇고 전에 나한데 대형덤프트럭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 학원에 다닌다는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덤프면허 취득했지요 했더니, 하기는 했는데,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가 되었단다. 그러면서 왜요? 하고 묻는다. 들으면 속상할 것 같아 그냥 물었다 했더니 어디 취직자리가 있습니까? 하고 굳이 이야기 해달란다.

 

면허도 없는데 자리가 있으면 뭐하나 그림의 떡이지 했더니, 그래도 이야기 해 달란다. 그래 협력업체를 알아 봐 달라고 후배에게 부탁을 했는데 마침 포항제철 정식직원 자리가 있었어, 정식직원으로 들어가면 지금 36살이니 58세까지 근 이십 년 이상을 아무런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고 딸내미(그 친구 지름 6살 된 딸이 있다.) 대학 마칠 때까지 자녀학자금까지 직장에서 대주고 정년퇴임하면 퇴직금으로 노후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데,

 

그 친구도 속이 상해겠지만, 나도 조금은 화가 났다. 요즘 포항제철에 들어가기가 정말 쉽지가 않을 뿐더러 이런 기회가 찾아주기기 어디 그리 쉽더란 말인가. 그래서 내 제자는 아니지만 그 친구에게 쓴 소리 한마디 했다.

 

기회란 우연치 않게 찾아오는 것인데 그 기회가 찾아왔을 때 내가 준비가 되어있어야지 아무런 준비도 없으면 그 기회는 그냥 지나쳐 갈 뿐이야. 내가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어떤 직장에서 오라고 했을 때, 그 회사의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보고 마음에 들면 가고 조건이 나와 맞지 않아 마음에 안 들면 안 갈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오라는 데는 있는데 내가 준비가 안 되어 못가는 것하고는 큰 차이가 있지 않느냐고 한마디 해주었다.

 

그 후로 그 친구 미안해서 인지, 아니면 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인지 이제는 잘 찾아오지를 않는다. 내 잔소리는 이러했다. 언제가 그 친구에게 하는 일에 대하여 물었던 적이 있다. 무슨 일을 하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등, 그 때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일이 없을 때는 오후 3시쯤에 퇴근을 한단다. 그래서 퇴근하여 무엇을 하냐고 묻으니 낚시를 다닌단다. 그래서 나를 찾아와 매번 낚시이야기를 했구나.

 

그 때 들었던 말을 생각을 하면서 독학으로 공부하기 힘들지만 방송통신대학에라도 입학하여 전문지식도 배우고 대학졸업 학력이라도 갖추어라. 그랬더니 공부는 하기 싫단다. 그래서 그러면 시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소가 있는데 수업료도 없이 기술도 배울 수 있을뿐더러 약간의 훈련수당도 준다고 알고 있은데, 저녁반도 있으니 낚시나 다니지 말고 그런 곳을 알아보고 십년만 고생한다 치고 열심히 기술을 배우면 지금 36살이니 46살이 되는 십 년 후의 나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좋은 모습으로 변하여 있을 것이라고 했더니, 그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모양이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순서가 있는 것이다. 계단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야 계단의 밑에서 위 부분까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신영복 선생님 말씀처럼 서까래위에라야 지붕을 올릴 수 있고 지붕을 올릴 수 있는 서까래를 튼튼히 설치하기위해서는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그리고 도리ㆍ들보 세워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란 공짜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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