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 여운

부질없는 생각을 접는다.

心田農夫 2011. 4. 2. 11:49

 

사람들은 생애가 참으로 짧다고 으레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인간의 일생은 본래 길지도 짧지도 않은 것이다. 시간의 길이를 두고 길다거나 짧다고 말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시간 자체는 어떤 대상을 앞에 두고 재는 척도인데 일생을 그 척도로 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생애에서 무엇을 이루려는 욕망이 강한 사람은 이루지 못한 한이 커서 인생이 짧다고 말하겠지만 어떤 성취나 성과를 획책하지 않는다면 일생은 너무도 길수도 있다는 애기다.

          쇼펜하우어 인생에세이「사랑은 없다」중에서

 

 

 

 

 

 

바람이 존재하는 지 존재하지 않는지 우리는 그 실체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람이 분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주변의 변화를 보고 우리는 바람이 분다고 하는 것이리라.

 

갈대가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한들한들 한쪽으로 눕는 것을 보고나 깃발이 한 방향을 향해 나부기는 것을 보거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는 것으로 미루어하는 짐작으로 바람이 분다고 하는 것이리라.

 

시간이라는 개념도 같은 것이 아닐까? 어제도 있었고 오늘의 이 순간에도 내일도 있을 것 같은 시간. 그 시간의 실체를 우리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건만 우리는 시간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이 빠르거나 그 흐름이 늦다거나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에 따라 말들을 한다.

 

그 시간의 흐름이 빠르거나 느리게 흐른 다는 것은 모두가 나라는 실체가 존재함으로써가 아닐까? 내가 모태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 질수도 없고 눈을 볼 수는 없지만 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시간은 존재하고 내가 이승을 떠나는 날 나의 존재가 사라지므로 해서 시간이란 존재도 나의 실체와 함께 영원의 세계로 사라지는 것이리라

 

결국 시간이 있다, 시간이 없다.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 시간의 흐름이 느리다는 것은 주관적인 생각의 산물이요, 그 생각이라는 것은 마음의 느낌이리라. 그저 주어지는 순간순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거나 느리다거나 하는 것 자체도 잊을 수 있지 않을까?

 

한주를 마감하는 한적한 토요일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에세이「사랑은 없다」를 읽다가 문득 시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의 실체는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시간이란 존재가 나에겐 언제까지 존재할까? 생각을 하다 아는 것 보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는 말이 떠올라 부질없는 생각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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