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자세히 한참을 보아야지

心田農夫 2011. 4. 20. 12:13

 

 

어느 날 하느님이

 

 

                 박 의 상

 

 

어느 날

하느님이 물으셨다.

 

꽃아 너는 피고 싶으냐

 

그럼요

 

 

하느님이 또 물으셨다

한번 피면

져야 하는데도?

 

 

그래도요

 

지면 다시 못 피는데도?

 

 

그래도요

 

 

 

 

 

 

 

 

 

 

 

 

나무는 슬프다.

 

                       碧 石

 

 

꽃 떨구자

거들떠도 안보니

나무는 슬프다

 

 

그 꽃도 멀찍이 보고는

그냥저냥 예쁘다

한마디 뿐이였지

 

 

자세히 보아야지

꽃의 아름다움도 알지

 

 

한참을 보아야지

잎의 사랑스러움도 알지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이다.

그래 나무는 슬프다.

 

 

 

 

 

 

 

 

 

 

 

봄의 전령사인 목련, 개나리, 벚꽃이 활짝 내밀었던 얼굴을 이제는 볼 수가 없다. 가을의 낙엽처럼 한잎 두잎 꽃비 되어 떨어지더니 이제 그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도 색색이 활짝 피어 웃음 짓는 꽃들은 보더니 이제는 개나리에도 목련에도 그리고 벚꽃에도 눈길을 주질 않는다. 그렇게 감탄을 하던 시선들이 꽃들이 지고 나니 이제는 그들 뒤로 피어오른 진달래, 라일락 등으로 그 시선이 가고 없다.

 

 

꽃나무들의 입장에서 보면 언제는 그렇게도 예쁘고 아름답다고 해놓고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인간들에게 의리라고는 없는 자들이라고 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만이라도 의리를 지키려고 꽃잎이 지고 난 나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그랬더니, 꽃이 지고 나서 가지마다에 움트는 새잎들의 꿈틀거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아! 그 청순한 모습의 아름다움이란

 

 

만지면 녹아 없어질 듯한, 아주 여리고 여린 연두 빛의 새잎들이 죽은 줄만 알았던 가지에 그 어디에 생명을 담고 있었던지 그 가지에 움트는 새잎들의 모습은 결코 꽃의 아름다움에 뒤지지를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 집근처에 있는 창포 뒤 산에 산책 삼아 걸으면서 마주하게 되는 나무들, 그 나무들의 가지에서 새 생명을 싹틔우는 청순한 잎들의 모양새를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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