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도 좀 읽읍시다 - 2

心田農夫 2011. 4. 23. 14:09

 

법정스님이 차안에서 시를 읽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보았다고 하였고 그 학생이 읽고 있던 시도 보았던 모양이다. 그 때 그 학생이 보았다는 시다. 다시 한 번 음미 해본다.

 

 

   행복

 

              청마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서

총총히 우표를 시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청마의 “행복”에서 나는 마지막 부분을 좋아한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대다수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 받는 쪽을 행복으로 생각을 하는데 시인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행복하단다. 그리고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마지막인사기 될지라도 사랑하였기 때문에 행복하였다는 이 부문도 좋아한다. 그리고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너무 좋지 않은가 마지막이지만 그러면 안녕. 사랑의 향이 물씬 풍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청마 유치환의 “행복”이란 시를 보고 나니 내 좋아하는 동탁 조지훈의“행복론”이란 시가 생각이 난다.

 

 

        행복론

 

                     동탁 조지훈

   1

멀리서 보면

보석인 듯

 

주워서 보면

돌멩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산 너머 저쪽.

 

   2

아무 데도 없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보며

가만히 웃음짓는 것.

 

   3

아아 이게 모두

과일나무였던가

 

웃으며 돌아온

초가 삼간

 

가지가 짲어지게

열매가 익었네.

 

 

동탁의 위의 시는 1967년 10월 22일 <한국일보> 일요시단에 실린 시다.“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보며 가만히 웃음 짓는 것”이 연을 참으로 나는 좋다. 그래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조지훈의 “행복론”을 읽을 때마다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언제가 읽은 책이 생각이 난다. 어느 시골의 청년이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한 여인을 몰라라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신부를 찾아 고향을 떠나 떠돌다 행복하게 해 줄 신부를 찾지 못하고 머리는 희어지고 허약하고 늙은 몸으로 고향에 돌아오니,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여인이 아들, 딸과 함께 사는 모습을 멀찍이서 보니 행복해 보이더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동탁은 말하고 있다 “웃으며 돌아온 초가 삼간” 그곳에 행복이 있었노라고.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더불어 조촐하게 사는 삶에서도 행복했던 것 같다.

 

고요한 밤 초암(草庵) 안에서

홀로 줄 없는 거문고를 탄다

가락은 바람과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그 소리 시냇물과 어울려 깊어간다

 

물소리 넘칠 듯 골짝에 가득 차고

바람은 세차게 숲을 지나간다

귀머거리가 아니고서야

그 누가 이 희귀한 소리를 알아들으랴

 

위의 시는 일본의 고승 양관(良寬)선사의 시다. “줄 없는 거문고 타고, 귀머거리가 아니고서야 소리를 알아들으랴 ”자연과 하나 됨이 아니런가 이러 시조도 있다. 한수 더 보자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메라.

 

위의 시조는 송강 정철이 짖은 시조이다.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 흰 구름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친구야 너는 아니?

 

                이 해 인

 

친구야 너는 아니?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 거래

 

우리 눈에

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날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우리가 대충대충 보고 지나는 것들도 시인들은 자세히 보고 느낀다. 활짝 핀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서도 그것이 열기까지의 과정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는 아니”이 한마디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나무가 슬퍼하는 것 같다.

 

 

나무는 슬프다.

 

                    碧 石

 

꽃 떨구자

거들떠도 안보니

나무는 슬프다

 

그 꽃도 멀찍이 보고는

그냥저냥 예쁘다

한마디 뿐이였지

 

자세히 보아야지

꽃의 아름다움도 알지

 

한참을 보아야지

잎의 사랑스러움도 알지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이다

그래 나무는 슬프다.

 

스님, 스님이 “시도 좀 읽읍시다”라고 말씀하셔서 토요일 한가한 틈을 이용해 몇 수의 시를 읽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시를 읽고 있노라니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자리 합니다. 스님의 말씀대로 앞으로 시도 좀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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