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가장 아름답다는 영어단어, 어머니

心田農夫 2011. 5. 19. 12:13

 

2004년에 영국문화원에서 설문조사를 했단다. 영어를 쓰지 않는 102개국 4만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영어단어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그 설문에서 가장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영어단어의 1위는 어머니(mother)였단다. 2위는 열정(passion) 3위는 미소(smile)그리고 4위가 사랑(love)이었단다.

 

문화가 다르고, 나라가 다르고, 풍토가 다른 102개국의 4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어머니란 영어단어가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버지란 단어는 40위의 호박이나 49위의 우산보다도 한참을 밑돌아 7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어머니를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의 말에 “아버지 날 낳아주시고 어머니 날 키워주신 은혜”라는 말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단어가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다는 차이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엄마

 

               이 해 인

 

누가 종이에

‘엄마’라고 쓴

낙서만 보아도

그냥 좋다

내 엄마가 생각난다

 

누가 큰 소리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 보는 엄마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 놓는 요술 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이틀 전에 주문한 시집이 방금 도착했다. 같은 시집을 두 권씩 네 권의 시집 중에서 이해인수녀의 사모곡 「엄마」를 펴들고 여느 책 읽듯 읽어 내려간다. 한 번에 네 권의 시집을 주문한 것은 세 권은 선물을 하기 위해서 이고 한권은 두고 보기 위한 것이다.

 

 

작년 이맘때에도 이해인수녀의 시집 「엄마」 두 권을 주문해 조심스레 펴들고 오늘처럼 쭉 읽어보고 편지를 써 접어 시집 속에 넣어 포장을 하여 선물로 보냈다.

 

작년이나 지금이나 「엄마」를 한권 간직하고 있다가 엄마보고 싶으면 펴들고 엄마와 함께 살아왔던 날들을 회상하며 보고 싶은 시집이지만, 작년이나 올해도 두 권을 주문 해놓고 옆에 놓고 간간히 볼까, 망설이다 다른 시집을 남기고 시집「엄마」는 선물로 보내고 말았다.

 

 

 

눈물 항아리

 

                이 해 인

 

어머니 그리울 때마다

눈물을 모아 둔

항아리가 있네

 

들키지 않으려고

고이고이 가슴에 만 키워 온

둥글고 고운 항아리

 

이 항아리에서

시가 피어나고

기도가 익어 가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빛으로 감싸 안는

지혜가 빚어지네

 

계절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이 눈물 항아리는

어머니가 내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네

 

 

 

시집 「엄마」를 보다 보면 언제나 눈물이 핑 돌아서이다. 어머니 머나먼 길 떠나시는 것 배웅하고 난 어느 날 왠지 어머니가 안 계신 집에 있기가 싫어져 훌쩍 고향을 등지고 이곳저곳 떠돌다 연고도 없는 이곳에 정착한 것이 벌써 이십년이나 되었다.

 

정확히 표현 하자면 집이 싫어서가 아니고 어머니는 떠나고 안 계신 설렁한 집에 어머니의 손길에 젖은 물건들은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에 눈에는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 보지 않으면 조금은 어머니 생각이 조금은 덜 할까하여 무작정 집을 떠났던 것이다.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이 해 인

 

 어디에 계시는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히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 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길이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 불러 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 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다 어머니와 살던 집을 정리한다는 연락을 받고 올라갔더니 어느새 어머니의 손때가 묻고 아끼시던 물건들이 이웃사람들의 손에 들려서 사라진 후 었다. 폐허처럼 변해버린 집안을 이곳저곳 아픔마음으로 둘러보다가 마당 한쪽 구석에 이웃 할머니가 나중에 가져가시겠다고 하셨다는 쇠절구와 쇠절구괭이, 다듬잇돌과 방망이, 맷돌이 보였다.

 

모두 다 어머님의 손길에 길들어 졌던 물건들이다. 쇠절구는 메주를 할 때 쌈은 콩을 놓고 찢던 것이고, 매끈한 저 다듬잇돌은 밖에서 놀다 들어올 때 다듬잇방망이 소리를 들으면 왠지 알 수는 없지만, 마음이 착 가라앉으며 편안해졌던 것이 생각이 나고, 다듬잇돌 앞에 앉아 방망이를 두들기는 어머니의 모습은 평소와 또 다른 어머니를 느끼고는 했었다

 

그리고 특히 맷돌은 도토리묵, 메밀묵, 두부를 만드실 때 어머니와 마주 앉아서 마주잡고서 돌리고는 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맷돌의 주둥이 속으로 어머니는 도토리, 매밀, 콩을 수저로 떠서 한 번도 실수를 하시지 않고 돌아가는 맷돌의 주등이 속으로 넣으시는 것이었다.

 

한참을 보고 있다가 나는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가서 말씀을 드렸다. 맷돌은 제가 가지고 가면 안 되냐고 여쭈어보았더니, 할머니 말씀이 “너희 어머니 것인데 안 되기는 왜 안 돼 가져가거라. 하시기에 가져와 지금도 간직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맷돌의 본 용도인 곡식을 타게거나 곡식을 가는데 쓰지는 않는다. 베란다 작은 화단에 한가운데 놓고 보면서 멀어져가는 어머니기억을, 추억을 되새김질 한다.

 

 

27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