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心田農夫 2011. 6. 14. 17:06

 

먼 길 떠나셨네

 

                                                                                 碧 石

 

내 육신 어디서 왔나 물으니

아버지 주었다 하더이다.

내 지혜 어디서 얻었느냐 물으니

어머니 가르쳐다 하더이다.

 

아버지 이 몸 주시고

어머니 이 자식 가르쳐다 하셨거늘

그 아버지와 어머니 어드메 계시는가?

 

눈 한번 깜짝하니

어머니 모습 아니 보이고

한밤 지새고 나니

아버지마저 먼 길 떠나셨네

 

세상 사람들 이것을

고아(孤兒)라 하더라만

인생사 태어나면서

고()하고 나온 아()가 아니던가?

 

나면 가고 가면 오는 것이

인생사라 하더이다만

오시며 고()하고 오셨을 법한데

가실 제는 어이 함구무언이십니까?

 

날 낳으시고 기르신 이

머나 먼 길 떠나시며

한 말씀도 없이 먼 길 떠나셨네.

 

 

 

 

 

 

 

 

 

 

 

형님이 계신 서울과 막내가 있는 포항을 오가며 지내시던 아버지가 한날 “아범아, 내 여기서만 지냈으면 하는데”말씀하신다. 아버지 말씀이 서울에는 형님 출근하고, 형수님 출근하면 늘 혼자이신데, 조카들도 다 커 형수님 내외분보다 더 늦은 밤에 들어오니 답답하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도 출근하고 어멈도 출근하고 나면 아버지 혼자 계시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애들이 일찍 오지 않니, 내가 점심도 챙겨주고 애들 노는 것 보면 심심하지도 않고 좋을 것 같다.”말씀하시기에 “아버지 힘들지 않으시겠어요?”하였더니 “힘들기는”

 

그렇게 아버지와 15년을 함께 살아왔다. 간간히 서울에 다녀오시기는 했지만, 형님 댁에 가셨다가 단 며칠 동안 친구 분들 만나보고는 아이들 보고 싶으시다 며, 서둘러 포항으로 돌아오시고는 하셨다.

 

아버지가 그 말씀을 하신 때에, 두 딸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라 아버지는 막내가 낳은 손녀들이라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나보다. 용돈을 드리면 그 용돈은 고스란히 딸아이들의 장난감, 옷이며 신발, 머리띠에다 반지, 그리고 우산에 비옷까지, 어디 가셨다 예쁜 것을 보시면 사가지고 오셨다.

 

토요일이면 학교에서 일찍 오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오늘 점심 사줄게 무엇 먹을래?”묻고는 자장면, 피자, 햄버거, 토스트, 통닭 등등 아이들의 말이 떨어지면 전화로, 때로는 직접 가서 사다가 아이들에게 먹이시며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즐거움을 찾으셨다.

 

그 뿐인가, 어머니 떠나시고 형님네 가시기 전까지 몇 년을 혼자 생활하시며 식생활을 하셨던 터라 음식솜씨가 어찌나 좋으신지 떡볶이, 빈대떡에 슈퍼에서 만두를 사다 쪄서 찐만두에, 만두구어 군만두도 해주시고 찐 감자에 기름에 튀긴 감자, 고구마는 삶겨나 군고구마 까지 해주고는 하셨다.

 

그렇게 자상하시던 아버지가 떠나신지 언 오년이 지났다. 토요일 출근하는 나에게 “차 운전 조심해서 다녀와라”하시며“아범아 나 돈 만원만 줘라, 목욕할 돈은 있는데, 올 때 아이들 먹을 것 살 돈이 없어서,”토요일이면 반드시 목욕탕에 가셨던 아버지께서 간간히 하시던 말씀이다. 오늘 장사익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아버지 생각이 나고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아범아 나 돈 만원만 줘라’ 아버지의 음성이 아련히 들리는 듯하다.

 

 

 

 

 

 

 

 

 

 

 

 

 

27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