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작은 소망을 담아

心田農夫 2011. 6. 24. 12:38

 

다시 한 번 보고픈 사람

 

                             용 혜 원

 

까무러치도록 보고 싶어

목마르게 보고픈 사람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창문 하나 열려 있어

지나간 추억의 골목길에서

한 번쯤은 뛰쳐나오고 싶다

 

세월이 지나가고

나이가 들면 잊히고 말 텐데

어디에 살고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한 번쯤은 소식이 오겠지

기다리며 살아간다

 

마주 바라보고 싶다

함께 거닐며 살아온 이야기를

아무런 부담 없이 나누며 웃고 싶다

그렇게 보고 싶고

 

궁금해 다시 만났는데

예전에 좋아했던 모습이

아니면 어떻게 할까

 

 

 

예전 같으면 뒷방에 앉자 늙은이 취급을 받을 나이가 되어간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간간히 생각나면서 어디서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름도 모습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 이름은 생각나지만, 모습은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당시 특이한 행동이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의 저편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형님이 구해온 카메라를 몰래 가지고 나와서 함께 들로 산으로 다녔던 옥춘. 어느 날 커피 한잔 하면서 「노자 장자」를 읽고 싶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 두었다 책의 맨 뒤 장에 “33회 생일을 축하드리며 선규 드림”이라고 적어서 「노자 장자」 책을 선물 했던 선규. 그 책은 누렇게 변색된 채 지금도 나의 책장의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한 동네에서 살면서 초등학교 동창이고 운동도 같이 했던 친구, 키스트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에서 공학박사가 되어 세미나 참석차 왔을 때 잠시 만난 후로는 연락이 끊긴 친구, 미국의 어느 곳에서 열실이 살고 있을 친구 상희. 객지생활에 적응이 안 되어 무척이나 힘들었을 때, 이런 저런 이야기로 큰 힘이 되어주었던 혜정

 

그리고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직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동문수학을 했던 친구들, 군 생활에서 만났던 전우들, 이런 저런 모습으로 기억되는 여러 사람들이 보고 싶어지고 한 번 만나고 싶어진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문뜩 문뜩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침에 커피 한 잔 타 놓고 펴들어 보았던 시집에서 위의 시를 보고 아,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글을 올려 본다.

 

혹시나 하며,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이글을 보고 연락을 줄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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