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나 역시 자유인이 된다

心田農夫 2011. 7. 2. 17:46

 

27998

 

 

 

 

여행 1

 

                 용 해 원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

시작된다

 

응고된 피를

풀어 놓아

힘차게 돌게 한다

 

잠시라도 틈을 내어 떠나면

흐트러진 정신을 맑게 해주고

잃어버렸던 낭만의 감각을 되살려준다

 

숨 막힐 듯한 갑갑증에 시달리던

일상에서 벗어나면

숨통이 확 터진다.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

호기심 속에 일어나는 기쁨이 있다.

 

상상과 현실이 다를 때도 많지만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에 즐겁다

 

눈앞의 새로운 풍경이

가슴으로 달려오는 순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혼돈스러웠던 생각을

제자리로 되찾아준다

 

 

각자의 삶의 울타리에 갇혀 지내다 보니 한 달에 한번 하자던 산행의 약속이 이행되지 못하고 몇 개월이 흘렀다. 그러다 모처럼 일정이 잡혔다.

 

 

산 행지는 내연산 우척봉으로 정하고 6월 25일 토요일 흥해 마산 사거리 드림마트 주차장에서 오전 7시에 만나서 출발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이 카페에 실렸다.

 

 

모처럼의 산행이어서 일까, 참석의사를 밝힌 분이 8명이었나 보다 그런데 전날의 비가 오락가락하였던 관계로 산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가와도 산행을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문자를 받고 산행준비를 한다고 챙기면서 산행할 때 쓰려고 샀던 카메라를 챙기니 집사람 비가 오는데 무슨 카메라를 갖고 가느냐고 한다. 안사람 말 들으면 망할 일이 없다고 했던가. 집사람 말 못들은 채 산행에서 꽃도 찍고 풍경도 찍겠다고 카메라를 챙겼고 그것 만이랴, 마이크로 렌즈까지 챙겨 나왔는데 차안에 두고 사용을 못하고 그대로 들고 왔다.

 

 

비속의 산행이라 무엇을 찍겠는가 싶어 카메라를 주차장 차 속에 두고 왔는데, 걷으면서 만나는 풍경과 식물들의 모습이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서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폰으로 한 장 한 장 열심히 담았다. 폰이 구식이라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 이곳에 올리는 사진들은 이번 산행에서 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산행 때마다 수고하시는 우렁각시 이원장님과 손부회장님은 산행 당일 날씨 때문에 걱정 아닌 걱정을 하였던 가보다. 특히 손부회장님은 새벽에 몇 번이고 일어나 날씨를 관찰하느라 잠도 설쳐 다신다.

 

 

 

비가 너무 오면 산행을 포기한다는 문자를 보내야 하고, 비가 안 오던지 조금 온다면 산행을 한다는 문자를 보내야 하기에 그러셨단다. 그렇게 수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 위덕 동기들 산행에는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정을 나눈다.

 

 

하기 어려운 일을 해주는 사람인가. 자신의 처지만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처지에 서서 생각하고 상대방을 위해 하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도종환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중에서

 

 

도종환님의 글처럼 언제나 위덕동기들을 생각하시는 손부회장님, 집에서 직접 모이는 장소로 가시면 되는 데도 일부러 반대방향에 있는 나의 집 앞에까지 오셔서 나를 태워다 주시는 이원장님, 산행 때마다 매번 손수 운전해 동기들에게 운전기사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김회장님, 산행의 피로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 언제나 무거운 줄도 모르시고 배낭에 막걸리 짊어지고 오르시는 심원장님 이처럼 남의 처지에서 상대를 생각해주는 사랑할 자격이 있는 분들을 동기로 둔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번 산행의 목적지는 내연산 우척봉이었으나 내연산입구에 도착하여 비가 조금 더 내리기에 일행은 가파른 산행보다는 안전한 산행을 하기로 하고 경상북도 수목원으로 이동을 하기로 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도토리무침과 파전을 사서 포장하여 갖고는 수목원으로 이동하였다.

 

 

수목원 근처 작은 냇가에 자리하여 수없이 많은 올챙이들이 물장구치며 노는 것을 보면서 컵라면과 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수목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비옷을 입고 수목원 전망대를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여 전망대에 도착했다.

 

 

비가 오는 관계로 운무가 끼어 멀리 있는 풍경을 볼 수가 없었으나 전망대 누대에서 둥글게 자리하고 심원장님이 마련한 막걸리와 내연산 도토리묵무침으로 막걸리 한잔 나누며 이모저모 재미있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약간의 허기진 배를 맛있는 도토리묵무침을 곁들인 막걸리로 채우고 본격적으로 산행? 걷기를 시작했다. 인공이 아닌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자연스러운 올래 길을 걷으며 한여름인 시절을 잊었는지 누렇게 퇴색된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 길을 발목까지 빠지면서 걷는 그 멋스러움의 낭만을 그 어디에서 다시 맛보리.

 

 

낙엽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유월의 끝자락인 한여름에 낙엽을 밟는 그 기분은 참으로 상큼했다. 그 태고의 낙엽은 맑고 투명하게 흐르는 산속의 물조차 낙엽색으로 물들게 하여 맑고 투명해야 할 산속 냇물마저도 누런 낙엽색깔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낙엽 길을 지나 걷다 보니 수십 년을 되었을 법한 자생 자연산 뽕나무를 만나 시큼 달콤한 오디를 한참이나 따서 먹었다. 자연이 준 그 결실을 맛보는 그 재미 역시 또 다른 색다른 멋이었다.

 

 

제주도 산행에서는 눈이 내리며 만들었던 눈꽃으로 우리들에게 기쁨을 주더니, 이번 산행에는 새록새록 내리는 비가 발걸음은 무겁게 하였지만 눈과 다른 색다른 멋과 낭만으로 우리일행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로 주었다.

 

 

신심의 절정이란 바로 이렇게 내면의 자족에 이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품성을 지닌 사람은 어디에도 걸릴 것이 없는 자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종환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중에서

 

 

이렇게 눈이 와도 비가 내려도 함께 할 수 있는 동기들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이번 산행역시 비가 오는 속에 근 12km라는 다소 긴 여정이었지만, 심신을 함께 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기들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 되었고 나의 인생에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어 기분 좋았던 산행이었다. 위덕의 자유인들과 함께 하였기에 비가와도 눈이 와도 나 역시 자유인이 되었다.

 

 

여행 2

 

                용 해 원

 

순수하게 만들고

정직하게 돌아보게 한다

 

만나는 풍경이 마음을

통째로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힘들었던 몸이 개운해지고

새롭게 살고픈

용기가 생겨난다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가

정붙이지 못하고

떠난 아픔이 한스러워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