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먼 훗날 보면 또한 그리움이 아닐까?

心田農夫 2011. 7. 15. 12:35

 

추억 하나쯤은

                     용 혜 원

 

추억 하나쯤은

꼬깃꼬깃 접어서

마음속 깊이 넣어둘걸 그랬다

 

살다가 문득 생각이 나면

꾹꾹 눌러 참고 있던 것들을

살짝 다시 꺼내보고 풀어보고 싶다

 

목매달고 애원했던 것들도

세월이 지나가면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끊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고 끊어지는 것이

인연인가 보다

 

잊어보려고

말끔히 지워버렸는데

왜 다시 이어놓고 싶을까

 

그리움 탓에 서먹서먹하고

앙상해져 버린 마음

다시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산다는 것은 한뜸한뜸 추억을 수놓아 쌓아가는 것이 아닌 런지, 시인의 시를 읽어가면서 생각을 해본다. 철없던 시절 고향친구들과 한강의 샛강에서 멱 감고 놀다 허기지면 고픈 배 채우기 위해 땅콩 서리하여 먹던 추억,

 

학창시절 야전이라고 불리던 야외용 전축을 들고 교회선 기차 바닥에 털퍼덕 주저 않자 통키다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 부르던 친구들과의 추억, 이제는 그 때, 그 시절로 부터 너무 멀리 왔는지 가물가물 아련하기만 하다.

 

아련한 추억이야 켜켜이 쌓인 먼지 때문에 가물가물하지만, 아직 먼지 쌓이지 않은 추억들은 시들한 날이나 우울한 날에 살짝 들추어 보노라면 그리움에 살포시 젖어든다. 그러나 그 그리움 담은 추억의 장은 시들했던 날도 우울한 날도 펴 보기만하면 어느새 즐거움을 주고 입가에 옆은 미소를 만들어준다 .

 

졸업여행으로 갔던 태국의 파티야, 아침 일찍 서둘러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관광을 하고 돌아와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모여 앉자 한잔 술에 풋풋한 저마다의 인생이야기를 나누던 낯선 외국에서의 밤,

 

한라산 등반에서는 나이도 잊고 동심이 되어 마치 동화의 나라로 여행 온 아이들처럼 눈에 뒹굴며 하얀 눈처럼 천진스런 운 표정의 동기들의 그 모습 그대로 그 시간이 정지되어 나의 추억의 장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더하여 얼마 전 빗속에서 비와 벗하며 태고연한 산속 쌓이고 쌓인 낙엽을 동기들과 밟고 걸으며 새록새록 정을 나누던 사복산악회의 빗속의 산행 어이 잊을 수 있으리오. 그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의 장에 그리움 되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인생이란 이처럼 인생 여정 중에 만들어지는 그리움 담은 추억이란 정지된 시간을 만들어 켜켜이 쌓아가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즐겁고 기쁘던 추억도 담고 때로는 괴롭고 슬프던 추억도 담게 되게 지만, 그 쓰라린 추억도 세월 흐르고 흘러서 먼 훗날에 보면 또한 그리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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