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아름다운 대화, 아름다운 모습, 아름다운 관계

心田農夫 2011. 7. 21. 18:07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여보았으리라. 나 역시 죽음은 무엇일까? 하는 것을 때때로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학위 논문을 죽음에 관하여 써보리라 생각을 하고 죽음에 관한 책을 구하여 읽기도 하고 자료를 하나 둘 모으기도 하면서 논문을 쓰기 위한 준비를 했었다.

 

그러다 논문학기에 지도교수님과의 미팅에서 죽음에 관하여 써보고 싶다는 말에 지도교수님은 죽음에 관한 것 보다는 행복에 관한 것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시기에 행복에 관한 논문을 썼고 그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자료를 마련하면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던 책, 능행스님의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ㆍ데이비드 케슬러 공저 「상실 수업」등을 읽게 되면서 호스피스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아이라 바이오크의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도 읽게 되었다.

 

퀴블러 로스는 죽음에 대하여 “죽음은 단지 이 생애를 마감하고 고통과 번뇌가 사라진 곳으로 옮겨가는 일일 뿐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능행스님은 “우리가 이 세상에 사람이라는 행운으로 와서 짧은 순간이나마 행복하게 살다가 갈 때, 떠나는 것도 소풍가기 전날 밤 같은 기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말을 한다.

 

능행스님은“소풍가기 전날 밤 같은 기분이었으면”이라고 말하는데, 천상병시인을 그의 시 ‘귀천’에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귀천(歸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능행 스님은 하늘로 소풍가는 것으로, 천상병시인은 이 세상에 소풍을 왔다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는 것으로 표현을 하였다. 어느 것이든 이 세상에 왔던 우리는 언젠가 떠나야 한다. 떠난다고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고 떠난 그분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에 그 분은 계속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라 바이오크“사람은 죽어서도 우리 안에 산다.”라고 말은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승과 저승이라는, 남아야하고 떠나야하는 생과 사의 이별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그 소중한 순간을 슬기롭게 보낼 수 있을 때에라야, 떠나는 사람은 내 생애를 잘 살고 간다는 마음으로, 남은 사람은 떠나는 분과의 함께 했던 일들이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

 

그래서 아이라 바이오크 는 이렇게 말한다. “죽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고 온 마음을 전하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에 앞날을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더없는 값진 선물이다.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사랑 받았다는 믿음은 스스로를 굳게 지켜나가는 내면의 힘과 평화를 키우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책을 읽다가 ‘이이라 바이오크’의 위의 말이 생각났다. 그 글을 읽으면서 너무도 아름다운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을 했고, 너무도 아름다운 대화라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생과 사, 이별 순간을 맞이하였을 때 저렇게 보낼 수 있다면 보내는 슬픔 속에서나마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전문을 옮겨 본다.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엄마, 난 다시 태어나도 꼭 엄마 딸이 될 건데,

엄마도 내 엄마 되어줄 거야?”

          엄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난,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엄마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이 엄마와 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어떤 분이 자기 어머니의 임종을 옆에서 지키면서 나눈 마지막 대화다. 참 아름답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면인데 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까.

  ‘난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딸의 말을 들으며 이 세상을 하직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푸근하고 뿌듯했을 것이다. 기력이 다하고 통증 또는 심하여 말을 할 수 없는 어머니이지만 딸의 말을 들으며 ‘그래 내가 이 세상을 잘못 살고 가지는 않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그리고 살아온 한평생의 삶에 긍정은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드리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내 엄마가 되어 달라고 말하는 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 이 마지막 대화는 얼마나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말인가. 그러면서 얼마나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말인가

 

   인연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 어느 먼 후생에서 이 모녀가 다시 태어난다면 자리가 바뀌어 태어날지 모른다. 인연설에 의하면 그럴 확률이 더 높다. 어머니가 자식이 되거나 베풂을 받는 이가 되고 , 딸이 다시 부모가 되거나 사랑을 주는 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갚아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이 베푸는 자리로 옮아가고 사랑을 받기만 했던 사람이 한없이 베푸는 자리로 가는 게 윤회의 법에 더 맞을 듯싶다. 다음 생에서도 받기만 하는 이로 태어난다는 것 어쩌면 이기적인 심사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대화의 깊은 뜻은 거기에 있기보다 지금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있다. ‘엄마의 딸이어서 행복했다.’고 하는 말은 엄마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의 표현하는 말이다.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 중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삶과 죽음과 인연이 이럴 수만 있다면, 죽음으로 이별하는 부모와 자식의 대화, 이 세상을 떠나는 이와 남는 이의 대화가 이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 종환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중에서

 

 

 

 

 

 

오늘아침 이글을 읽으며 나는 또 한 번 아버지에게 불효했던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를 못했다. 이승에서의 삶의 마치시고 저승이라는 머나 먼 길을 떠나시는 그 순간, 그 자리를 아버지와 함께 하지를 못하였다. 그 아픈 마음에 이렇게 긴 글을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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