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선비답게 사는 법이나 배워 볼까나

心田農夫 2011. 8. 10. 15:38

 

 

 

 

 

김정국의 편지

 

그대는 살림살이가 나보다 백배나 넉넉한데

어째서 그칠 줄 모르고 쓸데없는 물건을 모으는가?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있기야 하지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벗 한사람, 신 한 켤레,

잠을 청할 베개 하나, 바람 통하는 창문 하나,

햇볕 쬘 툇마루 하나, 차 달일 화로 한 개,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한 개,

봄 경치 즐길 나귀 한 마리가 그것이라네,

늙은 날 보내는 데 이 외에 필요한 게 뭐가 있겠나.

                         안대회의 「선비답게 산다는 것」

 

 

 

 

 

 

위의 글은 1485년에 태어나 1541년 까지 살았던 사제(思齊) 김정국(金正國)이 늘그막에 부자 친구가 재물을 탐욕스럽게 모은다는 소문을 듣고“우리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재물을 탐하는가?” 라며 친구에게 보낸 편지다.

 

그는 필요한 것이라면서 10가지를 꼽았다. 아마 그것도 나름대로 욕심을 낸 것이리라. 그런데 그가 필요하다고 한 10가지는 욕심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그가 말한 10가지는 시새 말로 하면 재산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리라.

 

김정국은 스스로 자신을 팔여거사(八餘居士)라고 했는데, 그가 망동리라는 마을에 정착하였을 때 이웃 마을의 선비가 그의 생활상을 보고 위로하는 편지를 보냈다 한다. 팔여거사 김정국은 그 선비의 편지에 답장으로 시를 써 보냈다.

 

 

 

 

 

김정국의 편지

 

내 밭이 넓지 않아도

배 하나 채우기에 넉넉하고

내 집이 좁고 누추해도

몸 하나는 언제나 편안하네

밝은 창에 아침 햇살 오르면

베개에 기대어 옛 책을 읽고

술이 있어 스스로 따라 마시니

영고성쇠는 나와는 무관하네

무료할 거라곤 생각지 말게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나니

          안대회의 「선비답게 산다는 것」

 

 

 

 

 

언제가 무소유의 저자 법정스님께서 자신도 세 가지 소유욕을 떨치기 힘들다면서, 책, 음악 CD하고 차를 끊이고 차를 마실 때 쓰는 다기에 대한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이기가 쉽지 않다고 하면서 하나하나 그 집착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는 글을 쓰신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제 포항제철에 다니는 후배가 찾아와 점포 문 일찍 닫고 둘이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 한 잔 하는데, 소주 한잔 쭉 들이키고는 묻는다. “형님 은퇴하면 무엇 하면서 지낼 거유“ 묻는다. 즉 노후 생활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것인데, “지금도 벅찬데 노후는 무슨 노후, 아우님은“

 

그 친구 올 3월이 정년이었으나 일 년이 연장되어 아직 직장에 다니는데 은퇴 후에 농가주택하나 구입해 운동 삼아 농사를 짓겠다고 한다. 아침 집에서 나와 농가 주택으로 가 지내가 저녁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여유조차 없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아니 전에 그랬다. 이제는 걱정 안한다. 걱정을 한다고 어찌하겠는가. 옛 어른들의 말씀에 의지 하여 스스로 위로를 할 수 밖에. “사람 태어 날 때 자기 먹을 것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고 “산 목구멍에 거미줄 치랴.” 했으니 굶을 일이야 있겠는가. 그리고 걱정한다고 해결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요즈음 우리 사회에 베이비붐 세대들의 노후 대책에 대해 심심찮게 이야기 되고는 한다. 그 후배 역시 그런 시류에 따라 나에게 물었을 것이다. 가진 것이 없는 나이기에, 노후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는 처지요, 나이이지만, 옛 선비 김정국이 편지로 한 말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다.”라는 말처럼 선비답게 사는 법을 배워나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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