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이 몸은 영원한 불효자네

心田農夫 2011. 9. 7. 18:48

 

성묘(省墓)

 

                                김 선 옥

 

산 속을 불어대는 싸늘한 겨울 바람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들며

수북이 쌓인 갈잎 위에 태구르르

휘 불고 지난다

 

그 산 속에 부모님이 쉬고 계신다

봉긋 솟은 봉분은 깨끗이 면도를 하고

유택은 거하시기에 매우 편하시단다

그러시면서 새로 태어난 증손자 손녀가

보고 싶단다

 

나에게 왜 그리 늙었냐고

더는 늙지 말라고

주름진 얼굴을 쓰다듬으며 안쓰러워 하신다.

어둡기 전에 빨리 가라신다

 

친비람 부는 겨울 산 속에 부모님 두고

어스름 산길을 휘청거리며 내려오다가

갈잎에 미끄러져 세게 넘어졌다

나는 순간 아버지 하고 소리쳤다

왜 조심하지 않고 덤벙대느냐고 부모님이

꾸짖으신다.

 

 

 

 

 

아직 벌초를 하러 가지 못했다. 이번 주일에나 가서 벌초를 하고 성묘를 해야 할 것 같다. 어찌하다 보니, 부모님을 한 곳에 모시지를 못하고 어머니는 용인 선산에, 아버지는 이곳에 모셨다.

 

이곳에 모신 아버지는 때마다 성묘를 하는데 멀리 계신 어머니 산소에는 다녀 온지가 벌써 사년이나 흘렀다. 그러자고 한 것은 아닌데 어찌 하다 보니 어머니 성묘는 서울에 계신 형님이 다녀오고, 이곳의 아버지 성묘는 내가 한다.

 

올 수능을 치러야 하는 큰 딸아이가 수능을 치르고 나면 시간을 내어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번 추석에는 어머니에게는 성묘를 하지 못할 것 같다.

 

우연히 보게 된 ‘성묘’란 시를 보니, 내 마음을 옮겨 놓은 것 같다. 아버지 산소에 다녀 올 때마다 아버지와 무언의 대화를 한다. 시인이 말한 것 같이 “왜 그리 늙었냐. 사는 것이 힘드냐.” “큰 손녀는 왜 안 왔냐. 어디 아프냐?”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으신다.

 

그런데 어떤 물음에도 대답을 잘 하면서도 “언제나 네 엄마와 함께 하게 해 줄거니?” 물으시면 나는 아무 말을 못하고는 만다. 어머니, 아버지를 한 곳에 모시고 싶지만, 내 의사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이번 추석에도 작은 딸아이만 데리고 다녀와야 할 것 같다. 큰 딸아이 수능이 끝나면 온 가족이 아버지를 찾아뵙고, 시간 내어 날 잡아 어머니를 찾아보려고 한다. 수능이 11월이니 아마도 초겨울에 가서야 어머니를 찾아뵙게 될 것 같다.

 

몇 년 만에 막내를 보면 어머니는 반가이 맞아 주시면서 “막내야 그리도 바쁘단 말이냐. 어찌 그리 무심 할 수가 있느냐.”라며 꾸짖으시리라. 어머니 생존에 무궁한 하늘같이 큰 은혜, 드넓은 바다 같이 깊은 은혜를 받아만 왔는데,

 

사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이면 당연히 갖추어야 부모님에 대한 묘제의(墓祭儀)를 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머니 살아 생존에도 불효자요,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도 불효만 하니, 이 못난 자식은 영원한 불효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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