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시인의 마음 담은 선물

心田農夫 2011. 10. 5. 19:38

 

 

 

 

코스모스

 

              윤 명 학

 

청아한 가을이면

둑길에 흐트러진

수많은 코스모스

갈바람 타고

사랑의 안개처럼 흐르는 그녀

 

가날픈 허리 가다듬어

살며시 살랑살랑 바람 불어주면

분홍빛 얼굴로 물드는 그녀

 

달빛을 목화송이로 가려

곱게 곱게 핀 너의 자주색 입술

이슬로 씻어내면

어느 새 고추잠자리 다가와

사랑을 고백받던 그녀

 

장미도 안개꽃도 아닌 너를

기다림에 지친 회한이

애타는 나의 몸짓일 뿐

그러다 지쳐버린 나의 꿈인 것을

분홍빛 코스모스

가을의 여인이여

 

 

 

 

 

 

얼마 전에 처음으로 찾아오셨던 손님이 오늘 다시 찾아오셨는데, 자신의 시집이라면서 「아름다운 강산에 사연 없는 꽃이 있겠는가」라는 시집을 한권 주시고 가셨다.

 

손님이 가시고 잠시 일을 멈추고 책을 보았더니, 제목에 꽃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일까. 아니면 꽃을 대상으로 시를 지어서 일까? 모든 시들이 꽃에 대한 시이다.

 

74편의 시가 4부로 나누어 실려 있었다. 1부 ‘산나리’는 산야에서 피는 꽃, 2부 ‘개구리 밥’은 동네에서 피는 꽃, 3부 ‘수수꽃’은 농작물로 피는 꽃, 4부 ‘어름꽃’은 나무로 피는 꽃을 주제로 쓴 시를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실물이 있는 가지가지 꽃들이 시의 주제가 되었으나 몇 편 추상적인 것을 꽃으로 표현 한, ‘바람 꽃’ ‘구름 꽃’ ‘추억의 꽃’ 등 상상의 꽃도 있었다.

 

 

 

 

 

 

바람꽃

               윤 명 학

 

모질다

설풍을 이겨낸 인내가

세월을 밀어가는

바람아

구름아

 

꽃이라 부르지 않는 너는

한곡에 뿌리도 내리지 못하고

구름 되고 바람 되어도

욕심 한번 부린 적 있더냐

 

인생은 잠시

눈물 속에 핀 곱디고운 연꽃처럼

잠시 이슬 되어 사라지는 것

 

꽃이라 부르지 않아도 좋아

이름 석 자 남기고 갈 수 있다면

바람꽃이라도 좋아

 

 

 

 

 

 

시인의 눈에는 실물이 있는 보이는 꽃이나 보이지 않은 바람까지도 상상의 꽃으로, 언어의 꽃으로 피우는 안목에서 시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한수 한수, 모든 시들이 시인의 각고의 산물이 아닌 것이 있을까. 그러한 시들을 엮은 시집을 선뜻 선물하여 주신 시인의 마음을 소중히 마음에 담아 시 한수 한수를 깊이 있게 음미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