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손수 마음을 전해 준 시인.

心田農夫 2012. 1. 12. 12:59

인생 역

 

                    윤 명 학

 

아름다움은 이내 피었다가

이내 지는 저 꽃은

구황시절

어머니 눈물처럼

혹독한 삶 깊고 맑은 사랑

숨어 있을 것이다.

 

구름 속에 갇힌 햇볕

만남 속에 헤어짐이 있음을 안다.

바람 소리 천둥 소리

촘촘히 박힌 은하수처럼

그 역에 닿기도 전에

눈 덩어리처럼 그리움을 낳고 있다.

 

등짐 속에 삶의 버거움

그림 속의 넋인 삶은

회귀심의 종착역에 잦아지는 것을

 

인생을 쟁기에 갈고

세월을 양푼이에 비벼먹고

인연의 강을 건너오는

외로운 물살에

그리움을 더없이 보낸다.

 

인생은 한 정거장 속에 승객인 것을

 

 

 

 

 

 

 

언제인가 기억이 희미하지만, 어느 분에게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 『엄마』란 시집을 선물로 보내 적이 있다. 그 책 선물을 받은 분이 전화 걸어왔다. “너무도 좋은 책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좋아 단숨에 읽었습니다.”라고 말씀을 하신다.

 

전화를 끊고는 “아, 시집을 단숨에도 읽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시집을 단숨에 읽지를 않기에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 어디 독서방법이 딱히 정해 진 것이 있을까마는, 자신의 독서 습관에 따라서 단숨에 읽을 수도, 하루에 한두 편만 시인의 마음을 마음으로 느끼면서 음미하기도하리라.

 

책을 좋아하기에 늘 책을 벗 삼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촌부이지만,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얄팍한 한권의 시집보다는 빨리 읽게 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첫 시집을 내며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해서 갔던 그 자리에서 그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부터 그랬던 갔다.

 

그 시인이 말하기를 “그림을 그리는 화가나, 조각을 하는 조각가도 한 점의 그림 그리기 위해, 한 점의 조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없는 시행착오의 고뇌를 겪으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처럼, 덧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번뇌에 번뇌를, 퇴고와 퇴고를 거듭하며 한수 한수 시를 써 왔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시인의 말을 들을 이후로 한 권의 시집을 단숨에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떠한 시라도 시인의 마음과 함께하고자 한수, 한수 마음으로 읽는 독서습관이 생겼다.

 

그러한 고뇌와 번민 그리고 퇴고와 퇴고를 거쳐 세상에 나왔을 나만이 몰랐던 금수강산이 윤 명학시인의 시집이다. 그 소중하고 귀한 시집을 가지고 아침 일찍 오셔서 문이 열리지 않은 점포 앞에 기다리시다 점포 문이 열리자 들어오셔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을 시인이 직접 건네 주셨다. 꽃을 주제로 한, 세 번째 시집 아름다운 강산에 사연 없는 꽃이 있겠는가』도 손수 가져다주시더니, 부쳐 주셔도 좋으련만 이번에도 이렇게 직접 전하여 주시니 너무도 고맙다.

 

윤 명학시인의 시들은 비슷한 연배이어서 그런지, 시들마다 공감이 가고 시어 속에 담겨있는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이렇게 손수 전하여 주신 시집, 그 고마운 마음을 마음에 담고 한 수 한수 마음의 눈으로 음미 할 것이다.

 

 

 

 

 

 

오십이야

 

                          윤 명 학

 

찬 서리 내린 가을밤

강가에 홀로 앉아

맑은 강물 위에

하늘이 내려앉고

 

구름과 달

바람과 함께 온몸을 흔들며 춤춘다

철 이른 기러기도 덩달아 춤을 춘다.

 

지난 세월 속 생채기 난 것들

저울 위에 올려놓고

달빛으로 눈금 살피니

 

아홉근 아홉량이라

 

오므라진 어머니 가슴

속 깊이 저며 드는데

늦게 철든

반백의 아들

느낌표 하나 찍는다.

 

 

 

 

 

 

<작품 해설>

 

성찰과 자연중심의 발화

                    -윤명학의 시세계-

 

1. 발로 쓴 시편

 

윤명학 시인의 새 시집『나만이 몰랐던 금수강산』을 상재했다. 꽃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강산에 사연 없는 꽃이 있겠는가』에 이어 네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 놓았다. 백두산 천지 외에 산의 이름으로 14편, 압록강 외 강의 이름으로 10편, 울릉도 외 섬의 이름으로 11편이 특별히 수록 되어있다.

 

전 6부로 편집한 65편중에서 35편이 단음절인 산ㆍ강ㆍ섬을 소재로 다룬 시편이고 발로 쓴 것이다. 산행이든 기행이든 아무튼 현장을 답사하고 보고 느낀 대로 가슴에 담아 숙성시켜서 완성함에는 땀의 냄새를 배재할 수 없다.

                  --------------중략----------------

    (기독시문학주간, 강남예술아카데미 시창작 지도교수) 안 재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