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머 니
윤 명 학
잘 계셨서요
빤질한 사랑방
콩기름 메긴
달빛처럼
비라도 눈이라도
흔들릴라 치면
어머니 얼굴
긴 겨울밤
다듬이질 소리
어머니의 칠실 평생
마지막 손질 같네
예순일곱
켜켜이 쌓인 세월속
뽀 하나의 황혼이
아득히 흘러감을
볼 수 있나니
어제 점심을 먹은 후 집사람과 함께 동네 뒤 산으로 산책을 갔다. 한 동안 비가 내리지를 않아서 인지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펄펄 인다. 앞서가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걸음걸이가 발을 조금 끄는 발걸음이라 걸을 때마다 메케한 흙먼지가 뒤 따라 가는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흙먼지에 내가 재채기를 하자 집사람 “비나 좀 오지” 한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출근길에 비가 내린다. 어제 집사람의 “비나 좀 오지” 하더니 그 말대로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오는 비라 반갑기 그지없지만, 비가 와서 인지 왠지 몸이 쑤신다. 특히 적년 11월 어느 날 계속된 통증에 병원을 찾았더니, 왼쪽 어깨의 인대가 찢어졌다고 하여,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아 왔는데, 그 어깨가 오늘 유달리 저려 온다.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난다. 생전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이곳저곳이 쑤시고 아프다고 하시던 어머니,
“어디 다치셨어요?”여쭈면, “나이 먹어서 그렇지”하시던 그 말씀이 귀전에 들리는 듯하다.
그 시절 그 때의 어머니의 그 나이, 이제 내가 그 나이되어 보니 이렇게 비가 내리니 날 내 육신도 쑤시고 아픈 것을 보니, 어머니 말씀처럼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어머니 머나먼 우주여행을 떠나신지, 언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 모습이 희미해지기도 하련만은 세월이 멀어질수록 더욱이 뵙고 싶은 그리움과 함께 인자한 그 모습이 조금 전 뵌 듯 선명히 떠오른다.
스산한 겨울비가 주저리주저리 내리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마음까지
애잔하게만 한다.
엄마
이 해 인
누가 종이에
‘엄마’라고 쓴
낙서만 보아도
그냥 좋다
내 엄마가 생각난다
누가 큰 소리로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보는 엄마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놓는 요술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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