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언제나 화개장터와 같이 되려나.

心田農夫 2012. 2. 1. 16:49

 

겉으로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살펴보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 로버트 레드포드 -

 

 

 

 

일월의 마지막 이틀을 서울에서 보냈다. 볼일이 있어 30일 고속버스로 서울에 도착하여 모텔에서 하루를 지새우고 다음날 볼일을 보고 31일 오후에 다시 고속버스로 돌아왔다. 하룻밤 집어와 자고 가라는 후배의 말에도 펄펄 내리는 눈이 잠깐 동안 수북이 쌓이는 것을 보니 다음날 혹시 발이 묶일까봐 서둘러 고속버스에 올랐다.

 

내가 서울에 갈 때면 언제나 만사 제쳐놓고 마중 나와 주는 후배가 있다. 전라도가 고향인 후배.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을 때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 있기에 약간의 도움을 주었던 친군데, 늘 잊지를 않고 몇 십 년이 지났는데도 지극정성으로 나를 돕는다.

 

이곳의 날씨만 생각을 하고 양복만 달랑 입고 올라갔는데, 고속버스에서 내리자 얼마나 춥던지 말 그대로 날씨가 맵다는 것을 실감했다. 시간에 맞추어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온 후배 덕에 잠시 매서운 추위를 맛보았지 오래 떨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후배는 저번처럼 집으로 가자고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상 혼자서 지낼 테니 숙소나 찾아보자고 하면서 고속터미널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아도 터미널 근처에는 무궁화 다섯 개의 호텔은 있는데 서민으로 거기 들어가 하루 밤을 묵을 수는 없고 여관이나 모텔은 보이지를 않았다.

 

서울이 고향이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이 위치한 지역은 잘 알고 있는 터라 도착하여 숙소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터미널 근처에는 모텔도 여관도 보이지를 않았다. 터미널을 벗어나 논현동으로 들어서자 모텔간판이 눈에 들어와 차를 돌려서 모텔에 올라가 방하나 얻었다.

 

숙박료를 내려는데 후배가 밀치며 “형님 모처럼 서울 오셨는데 제가 모셔야지 무슨 소립니까?”하며 기어이 후배가 숙박비를 내주었다. 가방을 숙소에 놓고 나와 저녁을 먹고 모텔로 돌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후배는 늦게 돌아갔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후배의 부인도, 후배의 자녀인 삼형제도 언제나 나를 “아주버님, 큰아빠”라고 부른다.

 

후배가 돌아가고 난 후 숙소에서 생각을 해본다. 사회에서 처음 만나 친형제처럼 지내는 후배와 나를 보면, 이 세상에 서로 서로 통하지 못할 사람은 없는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왜 그렇게도 지방색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제 사월이 오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있다. 항상 선거철만 되면 자신은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곳이 자란 곳이니 자신을 뽑아야 된다는 후보자들, 그리고 후보자의 자질이나 인격, 경력, 학력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기 보다는 우리지역의 후보니 뽑아 주어야 한다는 사고방식. 이번 선거에서는 제발 없었으면 한다.

 

미국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말처럼 “겉으로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살펴보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라는 말처럼 이제는 지역이 아닌 우리 민초들의 민의(民意)를 대변 할 수 있는 일군을 뽑는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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