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이상한 벽이 길을 막는다

心田農夫 2012. 3. 10. 16:05

 

 

이상한 벽이 길을 막는다.

돌아갈 길도 없어 보인다.

들판을 가로지르던 바람도 넘지 못하고 울음소리를 낸다.

공상의 세계에나 존재할 것 같은 하얀 벽.

무엇을 막으려고 있는 벽일까?

 

여기에는 본디

바닷가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분명히 이쯤에서는 바다가 보여야 한다. 보았었다.

 

검은 구럼비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와 파란 바다 위

범섬의 풍경에 찬사를 올렸었다.

시선은 갇히고 말문은 막혔다.

 

제주 강정마을은

귤 농사와 해산물 채취를 주업으로 한

가족 같은 공동체였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향’을 건설해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해줄 것이라는

정부의 말에 주민들을 갈라졌다.

 

지금은 한 가족 같던 사이에도 벽이 놓여있다.

 

강정에서 태어나 한 번도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는

할망도 이 벽 앞에서는 외부 불순세력이다.

 

이 기괴한 힌 장벽은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다.

                                    <한겨레 21 박승화 기자>

 

 

 

                                                                     <1> 하얀 벽은 마을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바짝 붙어서 이어져  있다.

 

                                                                       <2> 벽을 따라가다 보면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유일한 출입문이 있다.

 

                <3> 강정포구 방파제에서는 공사 현장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열이면 아홉은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4> 강정천 하류 지역에는 아직 벽이 서 있지  않다. 대신에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려교 날카로운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 위 사진은 한계레 21일 박승화기자의 사진이다. ---

 

 

요즈음 제주도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에 대한 이야기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다.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라디오는 시간마다 하는 뉴스에서 구럼비 바위 폭파 작업 강해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며, 여러 방송사들은 전문가들을 초대해 토론을 하는 등 온 나라가 강정마을, 구럼비바위에 시선 집중이다.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국가안보’를 내세우고 있고, 거기에다 '민군복합 관광미항'이기 때문에 크로즈선이 입항하면 주민들이 관광업에 종사를 할 수 있어 취업이 늘고 지역에서는 관광업으로 관광수입으로 생활이 윤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자연보호, 생태계를 자연 상태로 보존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강정마을 사람들은 관광수입도 취업도 필요 없으니 제발 예전에 살던 대로 그냥 두어 달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똑은 옳지 않은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런데 몇 일전 제주도 우근민도지사와 도의회의원들은 정부 측에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선박조정 시뮬레이션을 다시 하자고 요청하였다던데. 정부 측에서는 그 요청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항하겠다는 뉴스를 들었다.

 

헌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 천혜의 관광지인 제주도에 국책사업으로 반드시 군항을 만들겠다는 것도 이해를 하려면 이해를 할 수 있다만,

 

국책사업이라면 당장 지금만 볼 것이 아니고 먼 미래까지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반대의 목소리가 있을 때에는 그 목소리를 겸손히 들어야 하는 것이리라.

 

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엇인가. 다수결의 원칙이지만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설득하고 이해를 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유토피아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나라로,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권력과 최소한의 통제로 유지하는 사회이다

                                                                                                   토머스 모어「유토피아」중에서

 

 

국가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의를 수립하고 국가는 시민을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목적이 아니던가. 때론 권력을 행사하드라도 모어의 말처럼 최소한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통제 역시 최소한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리라.

 

국가의 권력은 주권에서 나오고 그 주권은 국민 한 사람 한사람에게서 나온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에게 권력을 맡겨준 것이다. 그런데 그 국가권력이 그 권력을 맡겨준 주권자인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아니고 강압적으로 대하고 재산과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주권은 ‘국가의 본질’이며 ‘국가의 본질’은 무정부 상태의 극복, 곧 ‘안전’의 확보에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인간이나 사회의 외적인 평화와 공존의 관계를 실현하는 것을 국가의 ‘본질’로 삼고 있다.

                                                                                                   장 보댕의 「국가론」 중에서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몇 가지 의구심이 든다.

 

첫째, 제주남쪽에서 적군이 침입을 한다는 가정 하에 그 적을 빨리 제압을 하려고 제주에 군항을 만든다는 것인데, 진해나 다른 군향에서 출항하면 안 되는가?

 

이 물음에 정부 측이 말하는 것은 대응이 늦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인데. 바다의 적은 꼭 해군이 막아야 하는가? 국방부는 8조2000억 원대의 차세기 전투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진해나 그 외의 군항에서 출항하여 적군과 대치 할 때까지 이 차세기 전투기를 보유할 공군에서 적을 막으면 안 되는가? 그렇게 하고 군항을 만들 비용으로 해군력 중강에 필요한 군비에 활용하는 것이 더 안보에 중요한 것이 아닐까?

 

지금과 그 옛날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밀려오는 제주 앞바다에서 적을 막지 않고 울돌목까지 적이 오기를 기다렸다 몰살 시킨 이순신장군은 왜 제주도를 군항지로 활용하지 않았을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다 해본다.

 

둘째,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이다. 즉 국방을 제외한 모든 것은 자치도 도지사가 자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특별자치도의 도지사와 도의원들이 공사를 잠시 중단 하고 다시 시뮬레이션을 해 보자고 하는데, 묵살을 해도 되는 것인지?

 

이 물음에 정부는 한 번 했으면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해 놓고는 말이다. 그리고 더 이상 공사를 지체 할 수 없다는 것이고 구럼비바위는 보존할 가치가 없다고 했던가?

 

참여정부의 국책사업이었던 고속철 사업할 때인 2004년 3월 정부가 천성산을 관통하는 원효터널공사를 재게 하려고 하자 굴착기 앞을 가로 막는 등 지율 스님이 24차례의 공사를 방해 하는 동안 참여정부는 기다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특별자치도 도지사가 잠시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그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내가 바라라는 국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는 국가이다.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국가이다. 국민을 국민이기 이전엔 인간을 존중하는 국가이다. 부당한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거나 방관하지 않으며 선량한 시민 한사람이라도 절망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 국가이다. 나는 그런 국가에서 살고 싶다.

                                                                                     유 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중에서

 

 

안보는 누구를 위한 안보이면 국민을 불행으로 몰아넣으면서 까지 하겠다는 안보는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국민 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해안으로 가는 길에 높은 담으로 막고 주민을 다니지 못하게 하는 정부,

 

철조망으로 주민이 자유의지로 가는 길을 가로 막는 국가, 이런 국가의 행동은 정당한 것인가? 강정마을에서 구럼비바위를 오늘도 파괴하기 위해 이 시간에도 폭파를 강행한다는 뉴스가 지금 이 시간에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국민들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소통을 하겠다고 소통을 강조하던 최고의 권력자, 공정한 사회에서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던 우리나라의 행정수반.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 정의를 실천해야 하는 그 사람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고 의구심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이제는 폭파작업으로 영원히 볼 수 없을 강정마을 구럼비바위의 여러모습.

                               위 사진은 인터넷에 있는 강정마을 구럼비바위 사진들을 모아 편집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