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

心田農夫 2012. 3. 20. 12:13

 

사람은 물질을 가지면 가질수록 오히려 마음은 공허해진다. 권력과 명예를 얻으면 얻을수록 만족함이 없다. 왜 그럴까? 행복은 육신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희의「3분 성경」중에서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이 말이 떠오르는 순간 가슴에 맺혔던 멍울이 삽시간에 슬슬 풀리었다, 그렇지!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거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을 하직할 때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인연 따라 있었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고 마는 거다. 언젠가 이 몸뚱이도 버리고 갈 것인데-------

                                                                                                   법정스님의「무소유」중에서

 

 

 

 

 

 

나이에 비해 자식을 늦게 둔 나이기에 모든 인생살이가 늦어진다. 10년 전쯤에 20년 근속 휴가를 얻어 가족과 여행 중에 들렸던 친구와 둘이 마주하고 술 한 잔 하는데, 불쑥 친구가 한 말 한다. “야 너 보니 어지럽다. 언제 아이들 다 키울래?”

 

그 친구 3년 전에 전화로 딸 시집을 보낸다고, 오지는 못하겠지만 청첩장이라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주소를 묻는단다. 예식이 토요일이라 가게 문을 닫고 새벽 고속버스로 올라가 결혼식에 참석하고 밤차로 내려온 적이 있다.

 

친구들 아이들 대학 다닐 때 힘들다고 말을 하면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렸었는데, 내 아이가 대학에 가고 나니 이제야 친구들이 힘들어 했던 일이 생각이 나고,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려달라고 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딸아이 대학에 입학하니 등록금, 기숙사비 등등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에 들어가는 돈이 대략 잡아 천만 원이 훌쩍 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통장의 숫자가 서서히 사라져 이제 숫자는 보이지 않고 작은 동그라미 하나만 달랑 남았다.

 

언제나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란 뜻을 마음에 담고 살다보니, 이제껏 살면서 크게 욕심을 내어 살지는 않았다. 단골은 단골이라서 조금 깎아주고 65세 이상인 어른들에게는 경로우대라고 약간 깎아주고, 학생들이 오면 장래의 꿈이 무엇인가 물어서 꿈 이야기를 하면 또 깎아주고 그래서인지 어느 손님은 “그러면 남는 것이 있어요.”한다. 그러면 나는 “장사는 밑지고 파는 사람 없습니다. 단지 조금 남을 뿐이지요.”말 한다.

 

이 세상에 어차피 내 것이 어디 있는가. 잠시 나를 거쳐서 갈 뿐 아니던가.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으면 썩듯이 돈도 돌고 돌아야한다지 않던가. 어디 돈만이 돌고 도는가. 인생도 왔다 가고, 갔다 다시 오는 것이 아니더냐. 그래서 불가에서는 그것을 윤회라고 하였다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 아니던가. 살다보면 요즘처럼 물질이 부족하여 조금 힘들고 불편한 때도 있지만,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란 글을 마음에 새기고 천상병시인의 “행복”이란 시를 읊조리노라면, 부족함도 힘든 것도 없다. 시인의 시어처럼 가진 것이 없는 나이지만, 시인처럼 나도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 인 것이다.

 

 

 

 

 

 

행복

 

                  천 상 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에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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