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이백은 강정을 알고 있었나?

心田農夫 2012. 3. 12. 11:01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 정 생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위 사진 들은 구럼비바위 모습과 풍경들이다.>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출근하여 청소를 하고 한 잔의 커피를 타 한 모금 마시며 펴 들었던 시집에서 권 정생선생님의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란 시가 눈에 들어온다.

 

권 선생님의 시를 보고 있자니, 지금 이 시각에도 추위 속에서 떨면서 구럼비바위를 지키려는 강정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건의를 해도, 하소연해도 듣지 못하는 벽창호(碧昌牛)같은 그들을 막겠다고 온몸으로 저지하는 안쓰러운 강정마을 사람들이 눈에 선하다

 

이백이 시에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는 시어를 썼다지, 말(馬)의 귀에 동풍이 불어도 말은 아랑곳하지 않는 다는 뜻이니, 즉 남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냥 지나쳐 흘려버린다는 말이다. 마치 이백은 면 훗날 한국의 작은 어촌마을 강정에서 일어날 일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마이동풍이란 말이 강정마을 일에 어쩌면 그렇게도 잘 들어맞는 표현일까

 

지금 제주도, 강정마을, 구럼비바위를 폭약으로 폭파하는 사람들, 이백의 시어처럼 마이동풍이요, 벽창호 같은 그들이지만, 그들 스스로는 애국자요, 애족자라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러나 그 애국은 누구를 위한 애국이요. 애족은 어느 민족 사랑하는 애족이란 말인가.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이라면, 정말로 민족을 사랑한다는 애족이라면 잠시 멈추고 한 민족인 강정마을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리라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이 아침에 권 정생선생님의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란 시를 다시 읽으며 이 지구에 있었던 애국 애족을 내세우며 자행했던 수많은 사건들, 전쟁들, 과연 애국은 누구를 위한 애국이요, 애족은 누구를 위한 애족이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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