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이번에 그런 행복이 사라지고 말았다.

心田農夫 2012. 4. 3. 18:48

러브레터

 

                  이 해 인

 

아무리 많이 써도

할 말이 또 남네요

내가 고른 단어들이

맘에 들지 않네요

 

덜어내려 애써도

그리움의 무게는

줄지를 않네요

 

편지를 쓸 적마다

다시 알게 됩니다.

 

편지는 당신을 향한

나의 간절한 기도인 것을

눈물이고 웃음인 것을

 

아무리 바빠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오랜 그리움인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시간을 빼앗겨가며 시외전화를 이곳저곳에 해 보았으나 역시나 저번과 똑같은 답변만이 수화기 저 너머에서“등기우편이 아니면 확인이 안 됩니다. 일반 우편물을 어쩔 수 없습니다.” 메아리처럼 들릴 뿐이다.

이메일 있어 컴퓨터에서 쓰고 전자주소 적어 마우스 한 번 클릭하면 되는 세상, 핸드폰 숫자판 토닥토닥 눌러 확인 버튼 누르기만 하면 문자가 날개 단것처럼 날아가 상대방전화에 찍히는 세상. 이렇게 SNS가 잘 발달된 세상에 미련스럽게 늘 편지를 고집하는 놈이 어리석고 바보스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간간히 소식을 전할일이 있으면 아직도 편지지에 편지를 써서 봉하여 우체국까지 가서 우표를 사서 붙여 지인들에게 보낸다. 그것도 한지로 된 보라색 편선지에 같은 보라색 봉투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단지 전과 달라졌다면 그전에는 편선지에 자필로 글을 써서 보냈지만 근간에는 컴퓨터 한글에서 자판기를 두드려 내용을 적어 프린트하여 곱게 접어 보라색 봉투에 넣어 봉투만은 아직 직접 자필로 주소를 적어 보낸다.

 

집을 떠나 새내기 대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두 장의 편선지에 집안 소식과 혼자 쓸쓸히 지낸 딸애를 위로하는 내용을 빼곡히 적어 봉투에 넣어 학교 기숙사 주소로 지난 3월 26일 보냈는데, 딸아이는 편지를 받아 보지를 못 했단다.

 

정성 드려서 써 보내는데, 상대방에 전해지지 못하고 편지가 때로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때 우체국에 찾아가 이야기하면 언제나 똑같은 이야기만 한다. “중요한 편지는 등기우편으로 보내셔야지, 일반 편지는 우리가 어쩔 수 없습니다.”

 

우체국 담당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몇 번의 경우 그들은 앵무새처럼 똑같은 이야기하면서 속이야기로“그렇게 중요하면 등기로 부치지 왜 일반 편지로 보내고 말이 많아”그런 표정이다.

 

그렇다면 일반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우체국직원들의 그런 사고방식은 언젠가 배달하기 힘들어 무더기로 개천에 버렸다는 뉴스를 들었던 일이 새삼 생각이 난다. 일반우편물은 추적이 어려우니 버려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랬다고 했다던가.

 

알면서도 딸아이 기거하는 기숙사 행정실, 대학구내 우체국 등에 시외전화를 했고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래 우정사업국 홈페이지에 있는 불편신고 란에 적어 접수를 했더니 한 30분쯤 후쯤 전화가 와서 별반 다른 이야기가 없다. 역시 앵무새의 답변뿐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OECD 회원국이요. 세계경제 7대국인 우리나라가 아닌가. 우리나라 우정사업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어느 정도 순위가 될까? 참으로 궁금하다. OECD 회원국 중에 제일 꼴지가 아닐까? 답답하고 화가 너무 난다.

 

시인들처럼 그리움을 담아 보내는 편지, 보고 싶은 마음 담아 보내는 편지, 그 편지를 쓰면서 늘 행복하였는고, 그 행복담은 편지를 받아 보고 행복해 하는 상대를 그려보면서 또 한 번 행복 했는데, 이번에 그런 행복이 사라지고 말았다.

 

 

 

행복

 

              청마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서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